요즘 방어기제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주로, 강하게 쓰는 방어기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늘 출근길에 큰 소리가 났다.
10시까지 출근이라 그리 빡빡하지 않은
지하철 2호선에서 한 할머니가 소리를 빽빽 질렀다.
어떤 청년이 테이크아웃한 음료를 들고 탔고
열차 안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료를 마셨나보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하지 말라면 안 해야지!!
마스크 내리고 음료 마시면 어떡해!!
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들고 있던 우산으로 지하철 문을 내리쳤다.
요즘 같은 시국에
그 청년은 분명 잘못을 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저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열차 안에서 불필요한 말을 삼가라는데,
할머니는 당신이 내릴 때까지
화가 나서 열분을 토했다.
할머니가 바른 말 하셨지만
할머니를 말리고 싶었다.
그만 좀 하시라고.
할머니가 내리시고
지하철 열차 안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전치"가 생각났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안 지키고,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하는 모습의 사람들이
뉴스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민다.
카페에서 차 한잔 맘 편히 못 마시고
오랜만에 잡은 약속도 파토나고
휴가도 못 가게 돼서 억울한,
평범한 일상이 침해당하는 요즘.
할머니는 그런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화를,
일상을 침해 당한 분노를,
그 음료를 마신 청년에서 쏟아 부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