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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un 26. 2019

영감여행 네덜란드

네덜란드 여행 준비

영감여행단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꼼꼼히 기록하기 위해서는 강제로 글을 쓰게 지켜봐 주실 분들이 필요했습니다. 하루 500원, 10일 5천 원의 비용을 지불해 주실 독자를 모집했어요. 게릴라처럼 만 24시간 동안 신청을 받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한 분도 신청해 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반쯤 있었어요. 여행지에서 매일 여행기를 남긴다... 신종 극기훈련이라고 생각했어요.

  신청서를 작성해 주시고, 입금을 하시는 번거로운 절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참해 주시는 분들이 축구단만큼 계셨습니다. 아니, 이렇게 도전적인 분들이시라니! 덕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저는 매일 밤 12시까지 글을 써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행 중 졸린 눈을 비벼가며 무의식과 의식을 오가며 글을 남겼고, 열흘의 도전은 정직하게도, 선명한 열 편의 글로 남았습니다. 그 글들이 이 여행기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 여행을 해 주신 영감여행단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신청하신 분들 중 저의 오랜 지인도 계셨지만, 일면식 없는 분들도 반이 넘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아침 7시에 독자분들의 메일함으로 글이 전송됩니다. 매일 아침 접선하는 ‘우리끼리’의 느낌이 숲 속 오두막집의 문을 여는 것처럼 싱그럽고, 신비로웠습니다. 메일로 답신을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는데, 제겐 그 느낌이 나뭇잎에 맺힌 이슬처럼 맑고 신선했어요.

  우린, 어쩌면 깊게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신청서에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쭈었는데, 이 용감하신 분들께서는 50%도 넘는 분들이, 기꺼이 만나겠노라 답변해 주셨습니다. 열흘의 여행에 함께 도전해 주신 분들은 아마도 저와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일 거예요. 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훼, 원예, 디자인, 예술의 도시, 암스테르담

  저는 올해 5월 16일부터 26일까지, 시차를 감안하면 열흘 동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다녀왔습니다. 여행지로서 암스테르담의 포지션은 KLM항공으로 경유해 다른 유럽의 도시로 이동할 때, 레프트 오버로 24시간 정도 잠깐 들르는 곳입니다. 보통은 풍차마을이나 반 고흐 미술관 정도를 보고, 다른 도시로 이동합니다. 저는 그런 ‘가벼운’ 곳에만 열흘의 시간을 쓴 거예요.

(영감여행 1편. 왜 네덜란드였을까요? 링크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modernmother/161)

  제게 네덜란드는 농업으로 먼저 다가왔습니다. 식물과 꽃을 좋아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네덜란드는 농업 대학 세계 랭킹 1위, 와게닝겐 대학교가 있고, 산학협동으로 농업을 선진화하고 있습니다. 농·식품 수출량은 한해 130조 원,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이고, 전 세계 생화 시장의 52%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시설원예 농가 당 연평균소득은 3억 원이 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렇게 알아가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17세기 네덜란드의 꽃 스타일이 그 시기 경제적 풍요와 함께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네덜란드 인이 무역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합니다. 램브란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베르메르, 반 고흐도 그때의 예술가들입니다. 예술이 찬란하게 꽃 피웠던 그때, 꽃과 식물도 화려했어요. 모든 것이 잘 될 것만 같았던 이때, 튤립 한 뿌리가 집 한 채보다 값이 비싼 거품이 생기고, 결국 튤립 파동이 일어납니다. 이후, 네덜란드가 영국에게 패권을 넘겨주게 됩니다.

   안네 프랑크의 생가도 암스테르담에 있고, 국립 미술관, 램브란트의 집, 반 고흐 미술관, 국립공원 안에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 8주 동안 백만 명이 방문하는 쾨켄호프 꽃 축제, 후토스 식물원, 싱겔 꽃시장에다가, 유럽에서 가장 큰 벼룩시장도 열리고, 150년이 넘은 팬케이크 하우스에 식물과 꽃에 관련된 책까지, 제가 관심 있는 모든 분야의 영감을 채울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여행 준비

  이 여행을 위해 도서관에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로 검색해, 거의 모든 책들을 읽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안락사가 합법입니다.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에서는 작가의 친구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디자이너로 일했던 아빠는 당신의 장례식 초대장을 직접 디자인하셨고, 엄마는 가족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의사가 안락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한 떨기 꽃이 떨어지는 것처 아름답게 세상을 떠나셨다고 기억합니다.
  내가 내일 떠난다... 그걸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저희 부모님께서 그런 선택을 하신다면, 혹은 내가 그런 선택을 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상상이 되지 않았어요.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갖고 있길래 ‘죽음’을 두고 저렇게 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걸까요?

  <공교육 천국 네덜란드>라는 책에서는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도 끝까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알아듣게, 침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대단한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데, 그걸 눌러야 하니까요. 일상 속에서 끝까지 협상하는 게 몸에 밴 아이들이라면, 회사 대 회사의 협상이나, 국가 대 국가의 협상에서도 똑같이, 끝까지 자기 페이스대로 끌고 가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잘하는 아이들대로, 기술이 좋은 아이들은 기술자로, 자기의 씨앗을 그대로 발현하도록 돕는 교육을 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에 묻다,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서는 먹을 것에 아주 소박한 현대의 부모 모습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녁도 빵과 햄, 치즈 만을 넣은 샌드위치로 설거지는 접시 한 장에 그칩니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대신,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합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먹어도 네덜란드 인은 평균 신장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합니다. 아주 효율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덜란드 벨기에 미술관 산책>에서는 국립공원 한가운데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작가님과 같이 가셨던 분께서 자전거를 못 타셔서 남들은 30분이면 될 일을 자그마치 두 시간이나 걸려 사투를 벌이며 기어이 오셨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재미있었어요.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일상이 축제이고 축제가 일상인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에서는 150년 된 더치 팬케이크 맛집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곳은 꼭 가볼 거예요. 이 책의 작가님도 크뢸러 뮐러 미술관 은 꼭 가보라고 하셔서 저도 그곳은 하루를 풀로 빼서 넉넉한 일정으로 다녀 올 예정이에요.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어쩌다 네덜란드에서 살게 된 영국 남자의 시시콜콜 네덜란드 이야기>입니다. 영국 저널리스트 출신의 작가가 아름답고 매우 똑똑한 네덜란드 여인을 만나 로테르담에 눌러살게 되었어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에 섬세한 관찰을 더해 쓴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정말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미술관이 공사를 거쳐 재개관했을 때, 그 광장에서 다 같이 강남 스타일의 말춤을 추었다는 이야기 같은!

  앞으로 10주 간, 이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영감 여행은 제가 갖고 있는 시각과 경험에 비춰 볼 수밖에 없는, 주관적인 여행기가 될 것 같아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저는 세 번째 책을 쓰고 있는 작가이면서,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고, 20년 째 맞벌이 중이고, 16년째 개인사업자입니다. 실내에 식물 200개와 만 3년 동안 함께 살며 가드너 과정을 이수했고, 화훼장식기능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오랜만에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바라보는 제 영감 여행이, 재미있고 유익하시길 조금 욕심내 봅니다.


 http://modernmother.kr

http://brunch.co.kr/@modernmother

http://instagram.com/jaekyung.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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