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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Jul 31. 2019

천재는 어떤 집에서 살았나

작가의 살림 공간, 렘브란트 하우스

그림 사랑

  

  저는 회화를 좋아합니다.  '회화'란 캔버스, 벽, 유리 같이 평면 위에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제겐 화가가 그린, 진짜 그림이 몇 점 있어요. 데려올 때마다 질리지 않는,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그림을 데려오려고 노력하지만, 그건 그땐 알기 힘든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보면 결국 그때 그 시점의 제 시선이 담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신인 화가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어떤 보석이 될지 모르는 원석 같아요. 세련된 느낌은 덜하지만, 복합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고, 에너지가 강렬해요. 자기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어떻게 쓸 줄 몰라 스쿼시 공처럼 여기저기로 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초보가 프로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보람 있고, 응원하며 함께 성장하는 재미도 있고요.


제가 훌륭한 화가가 될 순 없으니, 좋은 콜렉터가 되고 싶었어요. ‘좋은 콜렉터’의 기준은 시세 차익을 많이 남기는 투자자로서의 의미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분야라, 몇몇 작가님들이 눈에 포착된 적이 있는데, 크게 성장하셨어요. 그런데, 저와는 감수성이 좀 다르다고 느꼈어요. 이럴 때 정말 고민이 됩니다. 구입해 시세 차익(?)을 보아야 하나, 아니면 좋은 영감을 주지 못 하니 그냥 둘까. 지금까지 저는 후자를 선택했어요. 어떤 아티스트인지 궁금해하실까 싶어 나열해 봅니다. 2NE1의 앨범 그래픽으로 유명한 마리 킴 작가, 현대 여성의 소비문화를 해학을 더해 민화처럼 표현하는 김현정 작가, 낡은 청바지를 잘라 붙여 풍경을 만드는 최소영 작가 등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회화 작가의 세계도 매우 성실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한 만큼 작품의 수량=홋수가 나오니까요. 피카소도 대단한 다작을 했다 해요. 피카소가 있는 세상엔 내가 설 자리가 없다며 자살한 동료 작가도 있었다고 합니다. 생존하는 작가 중 최고의 그림값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역시 작품을 엄청나게 생산합니다. 생산량이 곧 품질 수준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작품의 양이 많으면 거래량이 많아지니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오늘 그림 얘기를 하는 이유는 렘브란트 하우스 박물관에 갈 계획이거든요!


https://goo.gl/maps/Ufm8xYvMu5uQYndBA

렘브란트


저는 유행하는 건 일단 별로 안 좋아합니다. 비주류 아웃사이더의 기질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던 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라는 문장을 수첩에 적어두고 제 갈 길을 찾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렘브란트도 너무 유명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게티 센터에서 실물 그림을 만났는데, 기운이 강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데이비드 호크니가 마틴 게이퍼드의 대담집 <다시, 그림이다>에서 렘브란트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습니다.

단지 선 여섯 개로 드로잉을 마친다고요.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렇게 드로잉을 잘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호크니는 렘브란트의 드로잉 전집 두 질을 각각 작업실과 집에 두고 수시로 본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흥미가 생겼어요.  


렘브란트는 하우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셨는지 궁금했어요. 렘브란트 역시 집에서 그림도 그리고, 그린 그림을 전시도 하고, 팔기도 하고, 문하생도 가르치고, 살림도 했어요. 가서 보니, 생각보다 크지 않은  공간인데, 구성이 굉장히 짜임새 있습니다. 0층은 주방, 1층은 출입구,  2층은 응접실, 3층은 작업실, 4층은 수집품 보관소와 작업실인데 정교하게 복원되어 있어요.

이렇게 그림을 걸어 두고,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하고요.

작업실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어요.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몇 백 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보러 오는 그림을 그린 거예요. 렘브란트는 그림을 너무 잘 그려요. 회화적 테크닉도 뛰어나지만, 사물을 관찰하는 눈이 너무나 예리합니다.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하면서도 사람은 둥글둥글 좋을 수 있을까요? 너무 궁금한데, 만나 뵐 수는 없어요.

렘브란트의 영감 창고. 저는 얼른 나왔어요.

사적인 영역에서는 침대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큰 장롱 안에 침대가 들어가 있어요. 문을 닫고 취침하는 형태입니다. 네덜란드의 겨울은 바람이 매서우니까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저도 그런 상자형 침대 갖고 싶어요. 문을 닫으면 바로 잠이 오지 않을까요?

왼쪽은 2층 응접실에 있는 침대, 오른쪽은 0층 주방에 있는 침대. 두 침대 다 장롱속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자는 형태입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 상인들의 초상화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그리고 싶은 그림, '야경'을 그리고는 램브란트에게 그림을 의뢰하는 사람이 없어 밥을 굶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슬픈 결말이에요. 반 고흐도 생전에는 단 두 점의 그림이 팔렸을 뿐이라고 합니다. 슬퍼요... 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예술가도 있으니까요!


렘브란트의 집에서는 동판화 워크숍과 물감 워크숍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반응이 아주 좋은 워크숍이니, 시간이 허락하시면 꼭 해 보셔요.  


http://modernmother.kr

http://brunch.co.kr/@modernmother

http://instgaram.com/jaekyung.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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