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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Aug 28. 2019

감성을 채우는 법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창조성을 깨우는 미술관

   제가 여러 글에서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언급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여러 번, 이 책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책이거든요. 이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하니까 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잠들어 있던 감성이 깨어나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12주 간의 작은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너무나 유치해서 하기 힘든 그런 수행 과제들입니다. 그래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있어 끝까지 따라 했어요. 지금도 곁에 두고 성경책처럼 꺼내 읽는 책입니다. 


  그 책에서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정도, 홀로 감성 여행을 떠나라고 해요. 내 감성이 깨어나는 곳을 찾아 나와의 데이트를 하라고요. 제일 어려워요. 일주일에 두 시간을 규칙적으로 시간을 배정해야 하는데, 세상에 그렇게 비효율적인 일이 또 있나요? 나와의 만남을 위해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든지, 산책을 하든지, 골동품 가게에 가라고 쓰여 있거든요. 그래서 뭔가를 하겠다는 게 아닌데, 그래도 그렇게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는지, 그게 참 이해가 안 됐습니다. 책에서는 이 의식을 ‘아티스트 데이트’라 부릅니다. 


  저는 주로 옛것들을 볼 때, 잡초를 뽑거나 식물을 돌볼 때, 설거지를 할 때, 뜨거운 탕 속에 몸을 담글 때 수많은 생각들이 떠 올라요. 그 생각들이 바로 감수성이 깨어나는 신호입니다. 감성이 움직이면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한 번은 서울 한가운데 있는 호텔 뷔페에 갔습니다. 서울의 야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넋 놓고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생각의 흐름이 탁탁 막히는 걸 느꼈어요. 그럼, 저는 반듯하게 네모 각 진 건물이 만들어 내는 라인에서는 감성이 사그라든다고 이해해도 됩니다. 생각이 자꾸 날개를 치고 날아다니게 하는 이미지와 행동을 모아 내 주변을 둘러싸게 하면 기분도 좋고, 계속 창의적인 생각이 솟아날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무, 초록, 꽃 같은 동글동글한 라인을 갖고 있는, 완전한 자연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나비도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비의 날갯짓 소리를 들으니, 눈을 감고 집중해서 듣게 될 만큼 따뜻하고 좋았어요.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창조성을 깨워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직장에서나 일상생활에서도 여러 가지 전문성들이 모여 전혀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들이 등장합니다. 이제는 알고 있던 지식으로만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성실하게 보낸 하루가 만드는 진정성을 기본으로, 이 분야와 저 분야를 섞고, 감성을 더해, 맛있고 저렴하고, 빠르고, 건강한 칵테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가 그런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걸요.


  저에게 창의력이 샘솟는 장소는 미술관이 첫 번째예요. 미술관에서 감도가 맞는 그림을 만나면 팔다리가 공중에 떠오르는 것처럼 자유롭습니다. 네덜란드 국립 박물관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어르신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이상하게 유명한 맛집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 걸 볼 수 있어요. 반 고흐의 초상화나 베르메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같은 그림도 있으니, 좋은 그림이 많은 곳이라고 해도 지나치진 않을 것 같아요. 


  렘브란트의 ‘야경’이라는 그림을 실물로 볼 수 있었는데, 벽 한 변에 모두 그림 하나를 위한 공간일만큼 그림이 대단히 큽니다. 저 그림을 그리려면 육체적으로도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혼신의 힘을 다 해 그렸을 크기의 그림인데, 저 그림 이후 렘브란트에게 그림을 주문하는 이가 뚝 떨어졌다고 하니, 참으로 모를 일입니다. 


  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 안에는 인형의 집이 있었는데, 그 완성도가 매우 높아 구경하는 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집 전체를 축소해, 접시, 빨래 거는 곳 같은 구석구석의 살림살이까지 재현해 놓았습니다. 옛날의 생활 풍속을 그대로 볼 수 있어 흥미로웠어요. 네덜란드의 집은 좁고 길어서, 인형의 집도 그렇습니다. 

인형의 집입니다. 
반고흐, 램브란트, 베르메르 17세기 3대 천재의 그림입니다.

 사실 저는 국립 미술관에서 17세기 네덜란드 스타일의 플라워 어레인지먼트 그림을 좀 더 가까이 관찰하고 싶었는데, 몇 개 볼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다음 프로젝트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지갑을 탈탈 털어가는 기프트 샵. 아름답기도 하지만, 품질도 기획도 참 좋습니다.
전시에 점수를 매기는 직관적인 평가표. 

알립니다


도심 속 오아시스 가드닝 브런치 카페 소공원에서

일주년 기념행사에 초청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식물과 함께 한 제 경험을 나눌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 인사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신청하기 : bit.ly/2Nl2lFX

http://modernmother.kr

http://brunch.co.kr/@modernm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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