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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Jul 18. 2016

62. 기차여행

에코랜드 테마파크

제주에는 기차가 없었다.


제주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이기는 하지만 기차로 연결할 만큼 넓지는 않다. 육지에서 태어난 내가 어릴 적에 넓은 바다를 보고 배를 타보고 싶어 했듯이 제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기차를 타보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다. 제주 어린이들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 기차를 타는 것보다 오히려 더 쉽다. 육지로 나가기 전에는 기차를 눈으로 직접 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삼무공원에 가면 나무/석탄으로 증기를 발생시켜서 운행하는 오래 전의 증기기차가 놓여있다. 70년대에 기차를 보고 싶어 했던 제주인들을 위해서 수명을 다한 증기기차를 제주에 갖다 놓은 것이다. 한량 객실은 도서관으로 활용 중이다.


그런 제주 어린이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곳이 교래에 있다. 돌문화공원 맞은편 곶자왈에 기차를 타고 곶자왈 숲을 둘러보는 에코랜드가 있다. 제주에 처음 내려와서 큰길을 지날 때는 숲에 가려져있어서 그저 골프장과 리조트가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철로와 기차가 있다는 것은 한참 후에 알았다. 나중에 팀 워크숍 때 한번 방문해보고 사람들에게 추천해주는 장소가 됐다. 물론 곶자왈 숲을 이렇게 개발하는 것이 맞느냐? 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 짧은 시간 안에 (바다를 제외하고) 제주의 대부분을 경험해보기에는 이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먼 거리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중간중간에 걸으며 제주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여행지다. 특히 어린이들이 놀기에도 적당하다.


에코랜드는 곶자왈 (화산암 위에 숲이 형성된 곳)에 역을 짓고 역 사이를 철로로 연결해놓은 테마공원이다. 메인역에서 기차표를 구입해서 (어른 기준으로 12,000원으로 입장료가 조금 비싼 편이다. 제주도민은 9,000원) 기차에 오르면 에코브리지역으로 이동한다. 보통 이곳에 내려서 호수 사이로 난 다리를 건너서 레이크사이드역까지 걸어간다. 호수와 주변의 울창한 숲이 아름다워서 사진 찍기에 좋다. 호수를 지나면 풍차와 범선, 모래사장 그리고 삼무공원 등의 볼거리와 놀거리를 거쳐서 레이크사이드역에 도착한다. 다시 기차를 타고 피크닉가든역으로 가는데, 이곳은 어린이들이 뛰어놓기에 좋은 넓은 잔디밭이 있고 언덕 위에 놀이터가 있다. 그리고 어른들을 위해서는 에코로드라고 해서 곶자왈 안으로 화산 송이길이 놓여있다. 약 2km의 술길을 걸어서 다시 피크닉가든역으로 돌아와서 다시 기차를 타면 이젠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에 도착한다. 역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허브농장이 조성돼있어서 계절마다 각종 꽃이 피는 곳이다. 다시 기차를 타고 메인역으로 돌아가면 에코랜드 투어가 끝난다. 2~3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작은 제주를 만날 수 있다.


가을에 찾았던 지난 워크숍 때는 사진을 제대로 찍지도 못했고 봄의 모습이 궁금해서 5월 초에 다시 찾았다. 아래는 대부분 5월에 찾은 에코랜드의 모습이다. 수국이 많이 폈을 때 다시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을에 단풍잎이 곱게 물들었을 때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처음 찾았을 때가 단풍철이었는데 (10월 20일경) 현재 남은 사진에서 단풍의 흔적이 별로 없는 걸로 봐서는... 제주의 가을 단풍이 좀 밋밋하기는 하지만 장소와 시기가 잘 맞으면 의외로 아름답기도 한데, 가을에 다시 찾아가 볼지는 지금은 모르겠다.


아, 에코랜드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주차장이 넓은 편에 속하지만 늘 차들로 꽉 차있다. 여러 대의 기차가 약 5분 간격으로 계속 운행해서 입장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공원 내에서 방문자수에 비해서 붐비지도 않는다. 단, 라벤더역에서는 하차하지 않는 사람들이 좀 많아서 2~3대의 기차를 보내고 나서야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기차를 타고 에코브리지역으로 가는 중

사진은 좀 속도감이 느껴지도록 찍혔지만 아주 빠르지는 않기 때문에 별로 무서워할 것은 없다.

에코브리지역에서 레이크사이드역으로 가는 호수

제주에 람사르 습지가 몇 곳 있지만 기본적으로 제주의 땅은 물을 가둬두지 못한다. 곶자왈에 이런 호수가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다. 어쩌면 자연호수가 아니라 람사르 습지에 물을 가둔 인공호수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위에서 보는 지역과 그 뒤쪽에 있는 호수의 수위 차이가 큰 것으로 봐서 인공적으로 물을 퍼나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자연호수였다면 이곳을 이렇게 테마파크로 만드는 것이 옳은 결정이었나?를 다시 물어볼 수밖에 없다.

에코브릿지를 걷는 사람들
풍차

에코브릿지를 통해서 호수를 건너오면 범퍼카와 비슷한 범퍼보트를 타는 곳이 있고, 그 뒤로 넓은 잔디밭과 풍차, 그리고 범선 모형 (위 사진의 왼쪽 옆)이 있다. 범선이 있는 곳은 모래사장이 넓어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기에 좋다.

호수와 카페
삼다공원, 뒤로 보이는 레이크사이드역과 풍차
레이크사이드역에서 찍은 철로
피크닉가든역으로 가는 중에 만난 목장
이정표
피크닉가든역과 앞에 펼쳐진 너른 잔디밭

피크닉가든역에서 내리면 넓은 잔디밭과 어린이 놀이터가 언덕 위에 있어서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놀러 오기 적당한 곳이다. 어른들끼리 왔다면 피크닉가든 역 뒤쪽으로 에코로드가 있어서 곶자왈 트래킹을 하면 된다.

화산송이가 깔려있는 에코로드
에코로드를 걷는 커플
단풍나무

에코로드 곳곳에 단풍나무가 있어서 단풍철에 오면 어떨까? 궁금하다. 다시 찾아와 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분수와 기차

에코로드를 걷다 보면 작은 호수가 있고, 그 위로 사람들이 별로 타지 않은 기차가 지나간다. 에코브릿지역에서 대부분을 사람들을 내려주고 레이크사이드역으로 지나가는 기차이기 때문이다. 좁은 한정된 지역에 테마파크와 철로를 압축해서 만들어놨기 때문에 기차에서 얼핏 봤던 풍경을 내려서 다시 보기도 한다.

라벤더역으로 가는 중
전망대에서 본 풍경
라벤더
라벤더 가든 너머로 보이는 목장과 오름

레이크사이드에서 피크닉가든으로 가는 중에 봤던 목장이다.


아래 두개의 사진은 가을 (10월 말)에 찍은 사진이다. 이때도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조금 늦은 시각이었고 금요일 오후에 찾아갔기 때문에 사람들이 적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곶자왈을 이렇게 개발하는 것이 맞는가? 에 대한 조금의 미안함과 붐비는 많은 사람과 차들을 제외하면 에코랜드는 제주 여행의 필수 코스에 넣어야 한다.

풍차와 바람개비
피크닉가든역의 철로

에코랜드를 여행하는 팁을 하나 알려주자면... 보통 첫 번째 역에서 내린 후에 호수 위를 걸어 두 번째 역으로 가서 다시 기차를 타고 다음 역으로 간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로 우르르 탄다. 그렇다. 첫 번째 역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친 후에, 두 번째 역에서 내려서 다시 첫 번째 역으로 걸어오는 코스를 택한다. 그러면 다시 첫 번째 역에서 사람들이 내린 텅 빈 기차를 타고 세 번째 역으로 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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