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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킴 Jul 16. 2019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한다고요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 비하인드 스토리_회사편




기분 탓이었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정기적으로 사무실 안에서 희생양이 교체되었다. 어떤 희생양이냐고? 상사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희생양이라고나 할까? 매일 같이 모진 소리를 듣던 사수가 그만 두고 내 앞의 방패막이 없어지자 나를 포함한 막 들어온 신입들이 모든 불똥을 다이렉트로 다 받아내야 했다. 마치 불 붙여 놓은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매일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 폭탄은 하루에 몇 번이나 터져 내 온몸을 타격하고 가슴 깊이 내리꽂아지곤 했다.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최고 권력자가 그것도 건장하고 나이 든 남성이 나를 향해 언성을 높여 거친 말을 쏟아내고 가끔씩 물건을 집어던지는 걸 보면서 나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온몸을 바들바들 떨 수밖에 없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고 피가 손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몸 구석구석을 빠르게 도는 감각이 세세하게 다 느껴졌다. 위협과 공포를 느꼈던 거다. (회사와 어울리는 단어는 대게 지겨움, 힘듦, 열 받음, 성취 뭐 이런 거지 않나..?)


이때 내가 회사에서 보고 느낀 건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구나.'였다. 강자 앞에서 한 없이 약해지고 약자 앞에서는 한없이 강해지는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 너무 많았다. 한 번 먹잇감을 정하면 그 먹잇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가만 두지 않는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 어디선가 또 다른 희생양들이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며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참 마음 아픈 일이다. 직원이 정말 큰 잘못을 했거나 큰 실수했을 때 혼이 나는 건 인정한다. (그렇다고 욕은 좀..?) 내 눈에는 그들의 툭하면 화내는 이유는 그저 습관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풀 만한 대상이 필요했겠지.


그때 나는 나를 괴롭히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만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미워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내 안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내 속이 점점 문 들어져 갔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 어느 임계점에 달했을 때 내가 살기 위해서 이렇게나마나 저항할 수밖에 없다. 버릇없어 보일 망정.


이성을 끈을 놓고 그만 욱! 하고 만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성숙한 대처였다. 그렇지만 그 순간 너무 속이 시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으니까. 순간 사무실에서 짧은 정적이 흘렀고 상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부터 감사하게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은 내가 아닌 다른 희생양이 생겼다는 거지만.


그 날 나의 작은 저항은 내가 미치지 않고 살기 위한 작은 꿈틀거림이었다. 사회에 나오면 나를 지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내가 버릇없어 보일까 봐 혹은 나약해 보일까 봐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말도 안 되는 부당한 대우를 참기만 한다면 끝내 크게 다치는 사람은 나다. 그러니까 모든 직장의 희생양들이 제발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지킬 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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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출판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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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 <자고 싶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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