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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킴 Oct 03. 2019

회사 다니면서 생긴 변화 (2)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 비하인드 _회사편


사람은 저마다 어떤 삶의 목표를 갖고 살아간다. 거창한 것부터 사소한 이유까지. 그런데 회사를 다니면서 점점 내 삶의 이유와 목표가 무엇인지 흐릿해져갔다. 이 일을 정말로 좋아해서 시작을 했지만 막상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하니 모든 게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많이 달랐다. 내가 무엇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건지 모든 게 흐릿해지며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삶의 방향을 잃은 듯했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회색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과 내 앞에 놓여 있는 불만족스러운 모든 것들로부터 회피하고 싶었다. 회피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원인을 찾아 그것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게 아닌 가장 쉬운 방법이자 가장 잘못된 방법. 바로 나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어려운 건 없다. 잠을 자거나 눈 떠있을 땐 모니터 보기. 아니면 쉴 새 없이 입에다 무언가를 달고 살기. 이 모든 건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좋은 가장 쉬운 방법이다.


여담이지만 사실 나는 회사를 다니기 이전부터 페스코 채식주의였다. (지금은 아니지만) 채식주의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 내가 나를 컨트롤하기 위함이 가장 컸다. 채식인으로써 고기를 먹지 않으니 그만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잘 차려먹어야 하는데 나름 식단도 공부하며 혼자서 건강하게 잘 챙겨 먹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지치자 만사가 다 귀찮아지면서 점점 이러한 노력을 덜 하게 되었고, 먹는 음식의 질이 바뀌면서 가뜩이나 고기를 먹지 않아 헛헛한 배는 어디서든 쉽게 찾아먹을 수 있는 가장 달콤한 탄수화물로 대신 가득 채워졌다. 건강해지려고 시작한 채식이 더 몸을 악화시키면서 결국 회사를 그만둘 때 채식도 같이 그만뒀다. 


집에 있는 날에는 하루 종일 냉장고문을 붙잡고 있는 게 일이었다. 분명 방금 전에 뭐가 있는지 다 봐놓고도 툭하면 냉장고를 열며 '뭐 먹을 거 없나?' 기웃거렸고, 내가 식탐 조절을 못하니 가족들은 집에 있는 간식들을 집안 구석구석 숨겨뒀다. 무슨 보물 찾기라도 하듯이 매일같이 숨기고 찾는 전쟁같은 하루를 보냈다. 대부분의 젊은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다이어트에 예민했던 나는, 점점 살이 찌는 나를 보면서 그거는 그거대로 스트레스, 가족들이 못 먹게 하면 그거는 그거대로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또 먹는 걸로 풀며 악순환을 반복하며 나를 망가트렸다. 


아무리 먹어도 배부름이 느껴지지 않아 배가 아파서야 먹는 걸 멈췄고, 먹는 걸 멈추면 불쾌감이 올라오면서 후회와 자책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 번은 텔레비전을 보는데 식이장애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나오고 있었다. '아.. 남 얘기가 아니구나.. 저 얘기가 내 얘기가 될 수도 있구나.. '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나도 이런 내 모습이 싫고 멈추길 원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거. 또 정말로 배고파서 먹는 게 아니라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 생긴 마음의 병이라는 걸. 멍하니 하루종일 모니터만 보고 잠만 자고 그런 모든 행동들이 다 마음의 병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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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출판 <캐나다 떠나보니 어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업로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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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책 <자고 싶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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