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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킴 Oct 29. 2019

잠시 속세를 떠날까 해


퇴사를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사람이 없는 어디론가 조용히 숨어들어가는 거였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장소는 비어있는 시골집. 드나드는 사람은 가끔씩 주말에 오는 친척들이 전부였고, 만약 혼자 내려가 잠시 머물게 된다면 평일 동안은 슈퍼도 이웃도 별로 없는 조용한 산속에서 나 혼자 꼼짝없이 밥해먹고 청소하며 지내야 하는 곳이었다. 읍내로 나가려면 간혹 오는 버스가 전부. 그만큼 북적이고 숨 막히는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매일 부딪히는 가족과도 떨어져 침묵과 고요함만 있는 곳에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했다. 


위험해서 안된다는 부모님을 잘 설득했다. 주말에 가족과 다같이 시골에 내려가 자연도 보고 바람도 쐬면서 일주일만 딱 머물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역시 도시보다는 이렇게 한적하고 힐링되는 자연 속이 좋아.' 그런데 작은 에로사항이 하나 있었다. 해가 진 시골의 밤이었다. 불빛은 찾아보기 힘들고 사람의 인기척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시골에서 절대 나 혼자 하루라도 머물 수 없을 것 같았다. 호기롭게 짐 싸들고 내려갔지만 결국엔 콧바람만 쐬고 부모님 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


시골에서 운둔하고 오겠다는 계획이 실패되자 차선책으로 다른 힐링처를 찾아다녔다. 바로 종교였다. 주말에는 늦잠을 자거나 아니면 밖에 돌아다니기 바빴던 사람이 주변에 가까운 절이나 성당 혹은 교회를 검색해 보며 어디가 나와 더 잘 맞을지 고민하느라 바빠졌다. 그렇게 찾은 가까운 교회로 혼자 나가서  조용히 기도만 하고 오는 날도 있었다. 아니면 성당이나 교회에 다니는 친구따라 예배를 드리러 다니기도 했다. 잠깐 다니고 말았지만.


사람이란 지치고 우울해진 마음이 들때면 자꾸만 어딘가에 숨거나 기댈 곳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나를 괴롭게 하는 모든 것들로 부터 도망치고 싶다가도 누군가 나의 힘듦을 들어주고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무형의 무언가 일수도, 곁에 있는 누군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쌓여질 때로 쌓인 상처들로 인해 생긴 사람에 대한 거부감과 낮아질 때로 낮아진 내 자존감, 숨막히는 현실과 보이지않는 막막한 미래에 대해 누군가 나를 따뜻하게 토닥여주면서 속시원한 답을 답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기도를 해도 바뀌는 건 없었고, 누군가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놔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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