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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식 Jan 22. 2016

아이 체온 40도, 해열제는 안 듣고

#44

첫 번째

지난 토요일 늦은 밤 아이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금요일부터 아이의 체온은 40도를 넘나들었다. 돌 이후 아이는 종종 아팠고, 그럴 때마다 아이 몸에서 열이 났다. 체온이 40도를 웃돈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주변에서 고열이 위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우리 부부는 가슴을 졸였다. 해열제를 먹였지만, 열이 금방 떨어지지 않았다.


아내는 크게 걱정했다. 이틀 내내 아이의 체온은 39도가 기본이었다. 그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끙끙 앓는 아이 소리에 체온계를 아이 귀에 꽂으니, 40.3도. 해열제를 먹인 지 한 시간이 흘렀지만 열은 그대로였다. 결국 우리 부부는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기로 했다. 서울역 앞에 응급실을 운영하는 아동병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차를 끌고 그곳으로 갔다. 가는 도중 아이의 열은 조금 내려갔지만, 그래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아동병원 앞에 다다랐다. 병원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지난해 3월부터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우리를 맞았다. 허탈했다. 그래도 아이의 열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던 터라, 운전대를 집으로 돌렸다.


두 번째


짧은 밤이 지난 아침, 아이의 이마는 다시 펄펄 끓었다. 체온계 숫자는 40도를 넘었다. 해열제를 썼지만, 소용이 없는 듯 했다. 다시 서울역 앞 아동병원에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도착해 진료를 받았다. 아이의 열은 다소 떨어졌지만, 이왕 온 거 정확한 처방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감이 유행한다고 해서 독감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다. 의사 선생님은 콧물약과 해열제 등을 처방해주면서 며칠만 먹으면 금방 나을 거라고 했다. 아이는 아직 열이 있었지만, 조금 떨어졌다. 의사 선생님이 금방 나을 거라고 하니, 기분 좋게 집으로 왔다.


세 번째


집에 오자마자, 아이는 다시 고열에 시달렸다. 다시 40도를 넘겼다. 해열제를 썼지만 역시 소용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열이 조금 떨어지겠지만, '혹시 안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 그 마음이 우리 부부를 힘들게 했다.


돌이켜보니, 며칠 동안 각종 약과 해열제를 아이 몸에 들이붓다시피 먹여도 아이의 체온은 38.5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아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수액을 맞든지 병원에 입원을 시키든지 하자고 했다. 다시 서울역 앞 아동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시간에는 진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료실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겨우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 가지고 입원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사정을 말하니, 수액을 맞고 가라고 했다.


주사실에서 간호사가 아이의 팔과 다리에 주사 놓을 곳을 찾았다. 고열에 시달렸던 아이인지라 혈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는 병원이 떠나가라 꺼이꺼이 울었다. 아내는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아이의 몸을 꼭 잡았다. 아이는 발버둥 쳤고, 아내는 아이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었다.


아내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내는 소리도 없이 울고 있었다. 아이 체온은 수액과 해열제의 힘으로 아픈 지 사흘 만에 처음으로 38도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 자기 왜 울었어요?


아내는 내 질문에 민망한 듯 눈을 흘기며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1시간 넘게 수액을 맞은 아이는 제법 낮아진 체온 덕에 팔팔하게 움직였고, 그날 저녁 밥도 먹었다.


아이는 그 뒤로도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렸다. 다행히 더는 40도는 찍지 않았다.


덧붙임1 : 다 나았다고 생각했을 때쯤, 아이는 기침을 시작했다. 병원에 가보니 후두염이란다. 약을 먹고 나을 때까지 5~6일가량 걸린다고 한다. 아이는 다시 보채기 시작했다. 짜증을 내고 밥을 먹지 않았다. 밤에 기침을 하다 잠을 깨기 일쑤였다. 아이는 엄마만 찾는다.아내의 손목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에게 언제쯤 평화가 찾아올까.


덧붙임2 :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날카로워진다. 아내와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얼마 전 친구 결혼식에서 축시로 함민복 시인의 시 <부부>를 읽었다. 이 시는 새신랑 친구뿐만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시이기도 하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하고 걸어야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아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 놓아서는 안된다

걸음의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 함민복 시인의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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