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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화된 사회 예측

위태로운 '머니게임'을 멈추고, '세포화된 자본주의'로 전환하라

by 전하진


아웃라이어의 폭주와 원자의 고립, 대안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화려한 기술의 정점과 가장 위태로운 생존의 벼랑 끝에 동시에 서 있다.

한편에서는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 등 과거 소수의 천재나 국가만이 가질 수 있었던 '비범한 역량(Outlier)'이 대중의 손에 쥐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 대중이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철저히 고립된 '원자(Atom)'로 쪼개져 소멸해가고 있다.

기술은 신(God)의 영역을 넘보는데, 삶은 가장 비루한 생존의 단계로 추락하는 이 기이한 모순. 이것이 바로 지배, 성장, 경쟁만을 맹신해 온 '머니로직(Money Logic)'이 도달한 종착지다.



머니로직이 낳은 두 가지 비극: 파괴적 아웃라이어와 소멸하는 원자

현재의 머니로직 시스템 하에서 기술 혁명은 축복이 아닌 재앙의 씨앗이 되고 있다. 개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강요된 아웃라이어가 되어야 한다. 회계사, 변호사, 프로그래머 등 전문직마저 AI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인간은 영혼을 갈아 넣어 스펙을 쌓고 경쟁해야 한다. 결과는 명확하다. 다수는 낙오되어 번아웃에 빠지고, 소수의 성공한 아웃라이어조차 그 막강한 힘을 탐욕과 소유를 위해 사용하며 문명 전체를 위협하는 잠재적 파괴자가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의 하부 구조다. 머니로직은 효율성을 명분으로 공동체를 해체하고 개인을 '원자화(Atomization)'시켰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단순한 주거 형태의 변화가 아니다. 모든 생존 비용과 위험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고립된 경제 단위'의 양산을 의미한다.


데이터는 냉혹하다. 실질임금은 정체되었고(고용노동부), 가계 부채는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IIF)이며, 1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 상태다(보건사회연구원). 서로 기대어 살던 공동체의 안전망이 사라진 자리에서, 원자화된 개인은 소비할 여력도, 재생산할 능력도 잃어버렸다. 소비자가 사라진 시장, 수요의 절벽 앞에서 자본주의는 스스로의 토대를 파괴하는 자기부정의 단계에 진입했다.



머니로직이 낳은 비극: 포루투칼의 사례


"포르투갈, 특히 리스본은 '원자화된 자본주의'가 도시와 인간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서늘한 예고편이다. 겉보기엔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처럼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뼈아픈 구조적 붕괴가 자리하고 있다. 참다 못한 군중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다. 자신의 수입보다 높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리스본 시민들을 대신에 외국인들이 시내 중심을 차지하게 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포루투칼 정부는 2011년 국가 부도 위기 때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간의 판매(관광, 부동산)'에 운명을 걸었다. 골든비자, 거주자 비거주 세제혜택 등을 도입하여 자국민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외각으로 밀려나가는 것을 방치한 것이다.


그 결과, 도시는 돈 있는 외지인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비싼 임대사업을 하게 되었고, 그들에게 밀려난 원주민들은 파편화된 서비스 노동자라는 '고립된 원자'들로 변해간다. 서로를 돌보는 이웃은 사라지고, 임대료라는 머니로직만이 유일한 규칙이 된 것아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할 퇴로조차 막혀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다시 공장을 짓고 제조업을 살리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적인 '소비력의 소멸'을 간과한 순진한 발상이다. 이미 극심한 빈부격차와 원자화로 인해 대중의 지갑은 닫혔고, 누가 사줄지도 모르는 물건을 찍어내는 과거의 '성장형 제조업'은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다.


결국 포르투갈의 비극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생산 기반이 무너져 원자화된 사회가, 소비력마저 사라진 시대에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단순히 공장을 다시 돌리는 차원을 넘어, 돈이 아닌 살림을 중심으로, 경쟁이 아닌 순환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논리가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자(Atom)에서 세포(Cell)로: 살림로직으로의 대전환

이 파멸의 질주를 멈추기 위해 우리는 로직을 바꿔야 한다. 지배와 경쟁의 머니로직을 폐기하고, 순환과 공존, 자율의 '살림로직(Salim Logic)'으로 문명의 운영체제를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사회의 기본 단위를 '깨지기 쉬운 원자'에서 생명력을 가진 '세포(Salim Cell)'로 전환하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원자는 외부 충격에 그대로 노출되지만, 세포는 '세포막'이라는 보호막 안에서 에너지를 순환시키며 생명을 유지한다. 경제적 관점에서의 '세포화'는 고립된 개인이 온몸으로 맞던 거친 시장의 풍파를 '살림유닛(Salim Unit)'이라는 공유된 울타리 안에서 함께 흡수하고(Risk Pooling), 내부 자원의 순환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는 혁명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삶의 터전인 '살림유닛'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경쟁에 지친 현대인을 품어 안는 '살림의 요람'이자, 머니로직에 대항하는 강력한 경제적 진지다.


이곳에서는 세 가지 차원의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물과 에너지가 순환하며 생존을 지탱하는 지속가능한 인프라(Zero Basic)를 갖추고, 스스로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와 같은 구조를 갖추고, 도시의 편의와 안전을 내재화(Urban Basic)하여 다른 살림유닛과의 광범위하게 연결되고 도시기능을 향유하며, 그리고 문화와 윤리로 의미를 창조하고 영혼을 살찌우는 공동체(Culture Basic)'를 갖춘 최소한의 생존 단위다. 이 안에서 개인은 고립된 원자가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세포로서 기능한다.



살림자본주의, 진정한 풍요를 향한 길

세포화된 살림유닛은 구체적인 경제적 효용을 창출한다. 공동 구매와 에너지 공유, 돌봄 품앗이를 통해 낭비되는 비용을 줄여 실질 소득을 높인다. '나' 혼자 감당하던 빚과 불안을 '우리'의 시스템으로 해결함으로써, 개인은 생존의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살림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자본의 목적을 돈의 무한 증식이 아닌, ESGG(Ethical Sustainable Global Good)의 실현과 살림유닛(Salim Unit)의 지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아웃라이어의 강력한 기술 역량은 더 많은 돈을 버는 데가 아니라, 지구적 선을 추구하고 이웃을 살리는 데 쓰여야 한다. 그때 비로소 기술은 재앙이 아닌 구원이 된다.



붕괴할 것인가, 진화할 것인가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그것이 파괴적인 디스토피아일지, 풍요로운 살림의 세상일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머니로직에 갇혀 흩어진 원자가 되어 각자도생의 길에서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를 살리는 세포가 되어 단단한 살림유닛 안에서 공존과 풍요의 시대를 열 것인가.


아웃라이어 시대를 대비한다는 것은 더 높은 스펙을 쌓는 것이 아니다. 내 옆의 이웃과 손을 잡고 우리만의 '살림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탐욕의 머니로직을 멈추고, 사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살림로직'으로 대전환을 시작할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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