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지하철역 인근 시장 노점에서 파는 떡볶이를 가끔 사 먹는다. 줄 서서 먹을 정도로 맛있는 가게는 아니다. 마흔 넘은 아저씨가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시장 골목에서 약간은 체신 머리 없게 서서 먹다 보면 종종 계면쩍기도 하다.
그럼에도 굳이 노점에서 떡볶이를 사 먹는 이유는 노점 떡볶이를 먹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정서와 분위기가 있어서다.
우선 떡볶이를 담아주는 가게 주인이나 그 앞에서 먹는 손님이나 같이 마주 본다. 음식을 만드는 이와 음식을 먹는 이가 수평적으로 대면하고 있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혹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과의 관계가 딱히 기울어져 있지 않다.
떡볶이를 포장해가는 다른 손님들을 흘깃 보는 것도 흥미롭다. 2인분을 시키는 손님들은 함께 먹을 식구나 친구, 혹은 지인들의 식성을 생각해 튀김과 순대를 주문한다. 누군가의 식성을 기억하고 이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간혹 휴대전화로 순대에 간을 추가할지, 허파를 추가할지 묻거나 오징어나 김말이 튀김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는 그저 떡볶이를 사러 온 낯선 손님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버지나 어머니, 오빠나 남편, 아내, 누나나 동생이 그곳에서 온기를 지닌 채 기다리고 있다.
종일 일에 지쳐 추레한 내 모습도 그곳에서는 딱히 어색하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1인분을 홀로 먹어도 자연스럽다. 게다가 모든 돈의 흐름을 디지털로 통제하려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단 몇 천 원이나마 현금을 건네고 거스름돈을 주고받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일탈감도 좋다. 그 거래는 카드 결제와 달리 어디에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심리적 청량감은 그러한 휘발감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그저 시장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 중에 하나라는 인식을 다시금 할 수 있어 좋다. 그 인식은 시장 골목 노점 떡볶이를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스스럼없이 가서 먹을 수 있는 소탈함으로 이어진다.
소탈함이야 말로 홀로 사는 이가 지녀야 할 행복의 비결. 일상의 소소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는 마음 앞에서는 외로움도 종종 멈칫거리다 되돌아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