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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영 Mar 21. 2017

독신으로 산다는 것 26
'어쩌다 상담'

독신 공감

Q

외향성에 사람 좋아해서 그런지... 사람들하고 잘 지냈는데, 지금은 나이 들며 친구들이 사라지네요. 혼자 있을 땐 잡생각이 들고 우울해요. 


사실 그게 정상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있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우리가 부모를 비롯해 친구와 기타 숱한 관계망 속에서 자라오다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관계적이든 홀로 있다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낯설고 어색하고 불편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다른 예일 수도 있겠지만 산소가 약간이나마 희박한 공간에 들어가면 바로 머리가 아파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즉 혼자 있다는 것은 인간의 삶 안에서 평균적이고 당연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그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를 주고 정서적으로 우울해지는 것은 내가 이상하거나 나약해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인 나로서 당연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세속의 삶을 벗어나 종교에 귀의하신 분들도 실은 혼자 있는 것을 극복하기가 쉽지 아니하셨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를 종종 봤습니다. 여기서 홀로 있다는 것은 비단 공간적/관계적 상황  만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상황 자체도 되겠지요. 


혼자 사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저 또한 밤마다 멍하니 집안에 앉아 뭐 하러 이러고 있나 싶어 한숨이 나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 주변 지인들이나 절친한 이들은 대부분 결혼을 해서 나름 아기자기하게 잘 살고 있거든요. 스무 살 무렵 꿈꾸던 마흔의 모습이 지금 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또 이런 상황에 닿았고 무언가 이 사회가 요구하는 결혼 육아 등등을 생각하면 아득할 따름입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 것은 약간 비겁한 방법을 씁니다. 저도 이십 대 무렵에는 일주일에 수백 명의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한 편이었습니다. 같이 자취하며 형제보다 더 친밀한 친구도 있었고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지금도 그렇게 수백 명 만나고 단칸방에서 친구 녀석과 자취하라면 못할 거 같습니다. 삶의 질 차원에서 그 시절보다 나아지고 개선된 지점이 지금 이 순간 분명 있거든요. 또 어떤 친구가 과거처럼 계속 저와 시간을 같이 하자고 계속 생떼(?)를 부리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당연히 귀찮고 피곤해서 피하겠지요. 


무엇보다 친구가 사라진다는 것도 당연한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어렸을 적 상황이 있고 지금은 또 지금의 상황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한국은 3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친구들과 사교를 나누며 살게끔 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도 유념하시면 좋겠네요. 친구들과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엔 우리네 삶 자체의 경쟁이 만만치 않습니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때는 시간의 여유와 사회적 압박이 덜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주변에서 종종 혼자 지내면 안 외롭냐 이렇게 묻는데. 외롭습니다. 하지만 외로운 건 늘 둘이 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외로운 마음이 어느 정도 한계치에 닿을 때면 일찍 잡니다. 정서적인 여러 문제들은 사실 늦게 자서 증폭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찍 자기 위해선 몸을 바삐 움직이는 것 외에는 아직 좋은 방법을 찾진 못했습니다. 책도 학문적인 공부 서적 외에는 나이 먹을수록 눈에 안 들어오는 게 당연한 거 같습니다. 내 일상적인 삶과 별로 상관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니 책도 안 읽게 된다는 것 역시 스스로에게 실망할 필요 없다고 봅니다. 


누군가 같이 살고 싶다고 스스로를 파악하신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점인 듯싶습니다. 상황이 참 역설적인 게 여성들의 지적 수준과 사회적 위치 등등 여러 가지는 계속 향상되고 발전하는 데 남자들은 그만큼 발전을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눈에 괜찮은 남자 찾기가 더 어려워지겠지요. 남자들은 그대로인데 여성들의 위치가 높아져서인 듯합니다. 


이게 딱히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고 또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것은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해지기 위한 방법은 ‘매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매력의 기본은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은 우선 스스로 우울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가끔 우울해도 늘 우울하지 아니하면 됩니다. 가끔 우울하신 듯 하니 큰 염려는 놓으렵니다   

https://brunch.co.kr/@doksin/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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