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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디스토피아 시즌 2

by 골목길 경제학자

아마존 디스토피아 시즌 2


실리콘밸리 리포트를 계속합니다.^^


알렉 맥길리스의 저서 『아마존 디스토피아』(원제: Fulfillment)는 아마존이 미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그는 아마존의 성공이 노동자 권리 침해와 중소기업 몰락을 초래했고, 그것이 경제적·정치적 불평등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의 도시 위계 분석이다.


아마존 생태계 안에서 도시는 엔지니어 도시, 데이터센터 도시, 풀필먼트 도시로 나뉜다. 엔지니어 도시에는 고숙련 일자리가 몰리지만, 데이터센터 도시는 건설 이후 소수 운영 인력만 남고, 풀필먼트 도시는 대량의 저임금 노동만 존재한다. 그런데 모든 등급의 도시가 불행하다. 최정점의 시애틀에서조차 공동체적 삶은 사라지고, 풀필먼트 도시의 노동자들은 저임금, 실업, 사회적 해체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아마존 디스토피아는 이제 새로운 국면의 시즌 2로 진입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상품 기획, 가격 책정, 마케팅, 고객 응대, 물류까지 플랫폼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기 때문이다. ‘3명이 운영하는 1억 달러 기업’, 궁극적으로는 0명이 운영하는 자율 상거래 시스템이 실리콘밸리의 비전이다.


시즌 2의 신호는 플랫폼의 인력 감축에서 나타난다. Amazon은 현재 미국에서 12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두 번째로 큰 고용주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에만 1만 4천 명을 해고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내부 전략 문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2030년까지 최대 60만 개 일자리를 로봇과 AI로 대체할 계획이다.


시즌 2의 도시 위계도 시즌 1과 다른 양상이다. 적어도 엔지니어 도시에서는 고용이 증가하는 시즌 1과는 달리, 시즌 2에서는 모든 도시 구조조정 압박을 받는다.


시즌 1에서 고용 승자로 부상한 엔지니어 도시도 예외가 아니다. 엔지니어 도시에서는 Salesforce의 Agentforce, Amazon의 Project Amelia, Shopify의 Sidekick 같은 AI 도구가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UX 디자이너, 개발자 등 엔지니어형 인재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도시는 AI 인프라 수요 덕분에 단기적으로 고용이 증가할 수 있으나, 운영 자동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인력이 감소할 것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풀필먼트 도시다. 아마존의 자동화 전략은 2030년까지 운영의 75%를 로봇화하는 것이다. 이미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던 이 도시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마저 잃게 된다.

플랫폼 소속 셀러로 활동하던 개인 사업자들도 비슷한 운명이다. AI가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자동화하면서 개인 셀러가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은 사라지고 있다. 알고리즘과 PB 상품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이들은 단순히 수수료를 내는 하청업자로 전락한다.


모든 도시가 고용 위기를 맞는 현실에서, 대안은 도시의 플랫폼 의존을 줄이는 것이다. 고용은 메이커,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플랫폼이 복제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만 창출할 수 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창의적 생산과 감각적 경험이다. 제품을 실제로 제작하고, 공간에서 체험을 설계하며, 소비자와 신뢰 관계를 맺는 과정—이것이 대체 불가능성의 원천이다.


창작형 메이커는 공방의 온도와 손끝의 감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만든다. 경험형 메이커는 플리마켓과 팝업스토어에서 감정을 판다. 공동체형 메이커는 협동조합형 로컬 마켓과 회원제 직거래 커뮤니티로 신뢰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들이 만드는 것은 플랫폼이 알고리즘으로 재현할 수 없는 인간적 가치다.


메이커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도시 자체의 재구성이 핵심이다. 첫째, 도시를 메이커 단위로 분절하라. 거대 단지보다 작은 단위의 생산거점—공방 거리, 협업형 마켓, 공유 작업소—가 필요하다.


둘째, 건축을 재생의 언어로 바꿔라. 철거보다 개조, 대체보다 복원이 중요하다. 메이커와 시민이 함께 공간을 수리하며 스스로 도시를 만든다는 감각이 필요하다.


셋째, 상권을 커뮤니티로 전환하라. 소비의 장소를 관계의 장소로 바꾸는 것이다. 로컬 브랜드, 협동조합, 공유공간은 도시경제를 플랫폼이 아닌 인간적 네트워크로 되돌린다.


넷째, 도시의 시간성을 회복하라. 빠른 개발보다 오래된 장소의 의미를 존중할 때 새로운 이야기가 자란다.


아마존 디스토피아는 막을 수 있다. 정부의 도시적 대응에 달려 있다. 디지털 전환이 일자리를 온라인으로 옮겼다면, AI 전환은 일자리를 다시 오프라인—공방, 거리, 도시의 물리적 공간—으로 되돌린다.


도시는 플랫폼이 계산할 수 없는 우연한 만남, 즉흥적 협업, 감각적 경험이 일어나는 유일한 무대다. 지금이 바로 크리에이터 중심의 도시 생태계를 구축할 마지막 기회다.



참고문헌
알렉 맥길리스, 『풀필먼트: 아마존과 미국의 새로운 계층 사회』(Fulfillment: Winning and Losing in One-Click America), 2021.
백윤미, "아마존, AI가 사람을 대체해 대량 해고?... 진짜 이유는 '돈'", 《조선비즈》, 2025.10.29.
장지민, "무려 직원 60만 명 해고한다는 '이 기업' 무슨 일이길래", 《한국경제》, 2025.10.22.
Karen Weise, "Amazon Plans to Replace Hundreds of Thousands of Workers With Robots", 《The New York Times》,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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