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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뿌리 (An Artist's Roots)

by 골목길 경제학자

예술가의 뿌리 (An Artist's Roots)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봤다. "Chaplin: The Spirit of the Tramp"라는 제목의 영화로, 찰리 채플린의 로마니(집시) 혈통을 탐구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채플린의 아들 마이클이 아버지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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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작 『작은 도시 큰 기업』에서 채플린의 브베 생활을 자세히 다뤘다. 그가 1952년 미국에서 추방된 후 스위스 브베에 정착하여 1977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25년을 보낸 이야기, 그리고 네슬레가 채플린스 월드를 후원하며 그를 브베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킨 과정을 썼다. 이 다큐멘터리는 채플린과 브베의 관계에서 내가 미처 주목하지 못한 측면을 보여주었다.


"You need roots if you are a writer" -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이 문장은 찰리 채플린과 그의 아들 마이클의 삶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예술가에게 뿌리란 창작의 원천이자 정체성의 기반이다. 채플린 부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고 지키려 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르면서도 깊이 연결된 여정을 걸었다.


찰리 채플린은 네 곳의 장소에 애착을 보였다. 런던은 그의 출발점이었고, LA는 그가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이었으며, 아일랜드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낸 장소였고, 브베는 그가 생의 마지막 25년을 보낸 안식처였다. 이 장소들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였다. 생전에 그는 자신의 로마니 혈통을 공개적으로 밝혔고(그의 어머니 쪽 증조할머니가 집시였다), 때로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그에게 집시 정체성은 예술가로서의 자유로운 영혼과 떠돌이 캐릭터의 원형을 설명하는 문화적 유산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채플린이 정치적 이념보다는 자신의 헤리티지와 장소에 더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 영화에 그려진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라는 낙인은 외부가 그를 브랜딩 한 것이었지, 그 자신의 핵심 정체성은 아니었다.


마이클 채플린은 아버지의 헤리티지를 더 충실하게, 어쩌면 더 문자 그대로 추구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차별성을 세우려 했다. 16세에 집을 떠나 런던에서 히피 문화를 받아들였고, 프랑스 남서부에서 농부로 살았으며, 로마니 문화 연구와 기념관 건립에 적극 참여했다. 아버지가 로마니 혈통을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면, 마이클은 그것을 실제 삶의 방식으로 구현하려 했다. 이는 반항이자 동시에 가장 깊은 형태의 계승이었다. 부유한 저택에서 자랐지만 땅을 일구는 농부가 되고, 세계적 명성의 아들이지만 방랑자의 삶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가 이야기로 표현한 것을 삶으로 살아내려는 시도였다.


채플린 부자의 뿌리 찾기를 보면서 예술가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찰리 채플린은 런던, LA, 아일랜드, 브베라는 네 장소와 로마니 헤리티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마이클은 그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두 사람에게 뿌리는 고정된 혈통이 아니라 끊임없이 탐색하고 재해석하는 살아있는 유산이었다. 장소와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문화적 헤리티지가 그들의 예술 세계를 만들었다.


친구들 중에 예술가와 작가가 많다. 그들은 어떤 정체성을 추구하는지 궁금하다. 채플린 부자처럼 라이프스타일과 장소에서 그 정체성을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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