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Nov 24. 2024

<건담:복수의 레퀴엠>-적이 보는 전쟁

처한 입장이 달라도 변치 않는 것은 전쟁은 모든 진영에 참혹하다는 것

(출처 : Spotifiy)


적지 않은 인류가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내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산업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대책 없이 생산만 하면서 버리고 태우다간 종말을 맞게 될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과 전쟁을 반복하고 확대하다간 이미 가진 무기만으로도 당장 모두 종말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무지함을 자랑처럼 지닌 이를 각국의 별생각 없이 살아가는 국민이 진영 놀음에 경도되어서 뽑는다. SNS가 발달하면서 그를 통한 대중 통제와 의식 조작이 더 용이해지면서 돈과 권력이 있다면 그런 일을 어디서든 일어나게 만들 수 있다.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가 이야기하는 스토리다.


"반전"이라는 것은 이념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쟁을 지구상에서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에 입각한 생존 활동의 일환이고 "지속가능성"이라는 것 자체가 인류의 생존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미 그 두 가지가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인기를 끌고 지도자로 뽑히는 게 세계의 이곳저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독재자가 실권을 장악한 러시아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언론이 통제되고 사람의 자유가 억압되며, 주눅 들고 노예화된 국가니까. 그런데 안 그런 국가는 뭔가?


이번에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건담은 작화부터 마무리 일체가 서구인으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색을 확실히 벗어나서 만들어진 느낌을 받았다. 주제는 비극적인 전쟁이 벌어지면 행복하게 살아야 할 소년/소녀가 전쟁으로 내몰려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걸 막자. 곧, 전쟁이 벌어지는 세계를 더 이상 이대로 놓아둘 수 없다. 전쟁을 막자 이 내용이다. 울림은 크지 않더라도.


"기동전사 건담:복수의 레퀴엠"은 건담의 초기 스토리를 가져와 평행 세계 중에 다른 세계에서 벌어졌을 법한 사건을 그린다. "지온"을 시청자의 관점에서 아군으로 "지구연방군"을 적군으로 그리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건담"이 마치 연쇄 살인마 같은 빌런처럼 느껴지게끔 만들었다. 여기에서 익숙함이 낯섦으로 변했고, 오랫동안 "건담" 보기를 쉬었던 나같은 이조차 다시 보게끔 만들었으니 놀랍다.



(출처 : Announcement Trailer)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작품이 무엇이 있을까 한번 돌아보다 발견한 것이 바로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기동전사 건담"이었다. 이 또한 "고질라"만큼이나 어린 시절의 X세대 근방의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일본의 문화 상품이었다.


스토리의 수준도 당시 만들어지던 국내 애니메이션인 "똘이 장군"이나 "전자인간 337", "(마징가의 원화를 참고해서 만들어진) 태권브이" 등의 "반공"을 기치로 삼은 극화나 선과 악이 선명하게 나눠져서 그려진 작품과는 다르게 모호한 양 진영 간의 선과 악의 혼동이 벌어지고 실제 인간세계의 모습이 제대로 나왔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방송사에 수입되어서 방영되는 작품은 되지 못했고, 해적판이나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만들어진 "건담 대백과"와 "아카데미"와 "에이스"가 일본 프라모델 사에서 사 온 고철 주형으로 만든 조립식 장난감으로 직접 보지 못한 "건담" 애니메이션에 대한 장님 코끼리 만지길 했다.


(출처 : Character Profile Wika-Fandom)


그렇게 잘 알지 못하고 상상만 했던 그 세대가 일본 애니메이션이 하지 않았고 못하기도 했던 상상을 그 시기부터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에 "웹툰" 등을 통해서 다른 세계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이 지금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수많은 만화와 특촬물 등의 긴 역사와 방대한 소프트 콘텐츠를 통해서 글로벌 문화에 깊고도 넓은 영향력을 끼치는 이때, 그 당시의 한국의 어르신들이 만화책을 보는 이를 폄하하고 만화를 그리는 이를 환쟁이라고 비하했던 그 시대착오적인 풍경이 떠오르려고 한다. 그런 어르신 수가 좀 적었더라도 이 나라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더 위대했을 것이다.  



나이를 한참 먹고 나서야 "기동전사 건담"의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아무로 레이"라는 "뉴타입의 초능력자"같은 소년이 모빌슈트 "건담"을 매뉴얼을 읽었던 기억을 기반으로 옷을 입듯이 탑승해서 "지구연방군"으로써 지구에 쳐들어 왔던 지구보다 발달한 모빌슈트 제작 기술로 만들어진 "쟈쿠"를 타고 쳐들어온 아저씨 정도의 나이의 베테링급 군인인 "지온"의 군인을 이긴 내용을 봤다.


(출처 : CBR)


부끄러워서 그 나이가 언제쯤인지를 글로 써서 이야기했던 적이 없었다. 이 작품은 엄청난 파급력을 세계로 뿌렸다. "우주세기 건담" 시리즈의 작화는 물론 아주 오래 전의 것이라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그 이후의 작품과 비교해서, 극화는 아직도 더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 Facebook.com)

이 시리즈의 성공이 수많은 프라모델 시리즈와 더불어 전 세계의 소년의 마음을 건드렸고, 이후에 만들어진 "Z건담"은 "지구연방군"을 악역으로 배치하고 우주에서 지구로 쳐들어가는 반 지구연방 세력에 이전의 전설과도 같았던 "아무로 레이"가 숙적인 "샤아 아즈나블"과 한편이 되어 유약하지만 또한 천재적인 뉴타입인 "까미유 비단"의 놀라운 조종 능력으로 또 다른 변주를 성공시켰다. 그래픽도 향상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일종의 향수를 갖고 찾아볼 수 있는 시리즈였지만 그 이후의 "ZZ건담" 이후의 시리즈를 찾아보기엔 너무 나이를 먹어버린 것인지 더 이상 어떤 갈망을 갖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름의 인류의 역사에 대한 깊이를 담고 있었던 "우주세기"의 스토리에 비해서 조각조각 난 그 이후의 작품의 스토리는 마음을 끌지 못했다. "까미유"의 영혼을 잃은 껍데기는 우주를 떠돌고 있을 뿐이고.


그래픽은 끝 간 데 없이 화려해졌고 외전을 포함하여 마치 다중우주의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것과도 같이 각종의 분파를 이룬 스토리로 다양해졌지만 숙적인 "아무로"와 "샤아"가 맞붙어 결말을 맺은 "역습의 샤아"가 공식적으로 마지막으로 본 건담 시리즈였다고 할만하다.


(출처 : Reddit)


그렇게 기억과 더불어 건담에 대한 취향을 잃고 살던 중에 넷플릭스에서 "건담:섬광의 하사웨이"를 어느샌가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우주세기 건담"에서 조연으로 나타났던 "하사웨이"를 주연급으로 만든 새로운 각도의 건담 드라마에 일단 맛을 좀 들이게 되었다.



(출처 : IMDB)


그 이후에 "건담:쿠쿠루스 도안의 섬"에선 외딴섬에서 홀로 남은 지온에서 이탈한 군인인 "도안"이 섬의 아이들의 수호자처럼 살아가다가 "아무로 레이"와 만나서 겪게 되는 일종의 화학작용이 잘 나와 있어서 또한 재미있게 봤다.


(출처 : Gundam News)


그리고 다른 시간이 많이 들어갈 드라마 시리즈에는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는데, 이 작품, "기동전사 건담:복수의 레퀴엠"을 보게 된 순간 2주에 걸쳐서 각화 24분인 6부작을 144분을 들여서 다 봤다. 오리지널 우주세기를 봤던 나는 어느 정도 익숙한 포맷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작품이었기에 수월하게 볼 수 있었고, 건담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세련된 3D 애니메이션 그래픽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출처 : PassionateGeekz)


특히 주인공인 "일리야 중위"는 "뉴타입"으로서 전쟁에 오기 전에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경력을 가진 이로 나오고, 부하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화려한 전투 기술과 결합된 초능력과 냉철한 현실 인식 능력, 적에게 협의를 하도록 만드는 친화력 등의 능력을 발휘하면서도 외모적으로 완벽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서, "아무로 레이"란 원본으로부터 나온 "건담"의 파일럿의 존재감을 뛰어넘는다.



(출처 : Namuwiki:main door)

1~4편까지 "건담"이 "자쿠"를 앞세워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도망가려고 하는 "지온 잔당"을 뒤쫓아와 무자비하게 빔샤벨과 빔, 바쥬카포 등으로 잔인하게 파괴시키고 죽이는 내용이 불시에 군데군데 나타나고 있는데 반해서, 이 "건담"을 조종하는 파일럿인 10대 초중반의 소년의 과거 등의 내용은 일체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건담"과 "파일럿", "지구연방군"의 매력은 전혀 어필되지 않는다.


마치 "러시아군"에게 포위당해서 싸우면서 "러시아“ 내의 주둔지에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우크라이나군"을 보여주는 것 같은 전개를 떠올리게 될 정도라, "지온"과 "지구연방군"이 갖는 관계를 이전 스토리부터 보아왔던 시청자가 아니라면 이 작품이 혹시라도 시즌 2,3,4로 이어지기라도 한다면 "지온"을 응원하는 이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 시대에 그것이 잘못이라고 여겨지진 않는다. 어느 쪽에 속했는가 그 진영의 문제라기 보단 전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 선택의 문제가 중요한 시대를 우리가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적의 눈으로 보든 아군의 눈으로 보든 의미없는 살육은 그저 참혹한 비극일 뿐이라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