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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Aug 19. 2019

서로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관계

 엄마는 항상 말씀하셨다.
"만나면 즐거운 관계도 지만, 무래도 즐거움이란 건 일시적일 수에 없. 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또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사람을 곁에 는 것이 좋아."


서로에게 약간의 긴장상태를 만들어주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도와주는 관계, 그리고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상대방에게 배워가며 채울 수 있는 관계 의미했다.

그 상대방이 아무리 편한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혹은 동료든 말이다.




 나와 남편은 소개로 만났다. 그 전에는 소개받아하는 연애에는 통 관심이 없던 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회사 동료가 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무심코 듣다가, 왠지 모르게 그 '지인'에게 꽂혔다. 며칠 내내 머릿속에서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결국 용기를 내어 동료에게 물었다.

'나, 그 사람 소개해줄 수 있어?'

우린 그렇게 만났다.

 우리겐 처음부터 공통분모가 꽤 있었다. 그런데 그 교집합이 많이 일치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상대방의 영역에 살짝씩만 걸쳐있었다.

 그를 만나기 6년 전, 난 처음으로 필름 카메라를 구입했다. 필름 사진의 매력에 푹 빠져서 1-2년 정도 열심히 찍고 인화도 했지만, 왠지 발전이 없었다. 결국 그 카메라는 언제부턴가 내 서랍 안에 들어가 나오지를 못했다.
그런데, 그를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취미가 사진이란다. 그것도 필름 사진을 좋아한단다.
어? 나도 필름 사진 찍을 줄 아는데!
잘난 척을 하고 싶었지만 실은 손을 뗀 지 오래. 그 길로 나는 서랍 속 먼지 쌓인 카메라를 꺼냈다.
5년 만에 꺼낸 카메라는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작동하지를 않았다. 그는 나 대신 카메라를 남대문 시장으로 가져가 수리해왔다. 고장 난 이유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먼지가 쌓여서'란다. 나의 멀어진 관심 때문에 두둑한 먼지 옷을 입고 삐져있었던 카메라가 다시 마음을 열어었다.
그 덕에 나는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등등....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는 몇 번이고 다시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지금도 빛 좋은 날이면 함께 카메라를 들고나가곤 한다. 실력은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카메라를 애정 하는 그와 함께 있는 이상, 나 역시 앞으로 사진 열정이 식을 일은 없을 듯하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볼 때면, 카메라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준 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다. 책벌레인 엄마와 친오빠의 잔소리를 평생 들으면서도, 책은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다 만난 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은 왜 책을 좋아할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해서 그렇게 똑똑한 건가 싶기도 했고, 책 덕분에 그렇게 차분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전부터 항상,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근사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환상 그로 인해 최고점을 찍었다.


"뭐해?"라고 물으면 "책 읽는 중이야."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그 시간마다 휴대폰으로 무의미한 것들을 하고 있던 나는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나도 책 읽을 거야!"
그렇게 나는 적극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그의 손을 이끌고 서점을 가곤 한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다 해서 성격이 좋아지지는 않더라.)


필름 카메라 MINOLTA X-300로 찍은 위대한 개츠비 책


나를 만나기 전부터, 그는 음악을 즐겨 듣고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대중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둘 다 인디밴드를 좋아한다는 점은, 첫 만남부터 우리를 더욱 끌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생생한 라이브 현장을 잘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다. 공연 이야기를 할 때면 한 음악 페스티벌에 갔었던 경험꺼내곤 했다.

 

"그때 정말 즐거웠었는데! 쉽게도 그 이후로 갈 기회가  없네..."


반면 오래전부터 자타공인 음악광인 나는, 공연 역시 부지런히 찾아다니던 사람이었다.


"기회는 만들면 되지! 가자!"


우리가 함께하게 된 이후, 나는 그의 손을 이끌고 열심히 공연장을 누비고 다녔다. 인디밴드의 소규모 공연부터 시작해서 외국 뮤지션의 내한 공연들까지 섭렵했다. 덕분에 그는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음악 대신 직접 듣는 음악이 얼마나 짜릿한지 몸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뮤지션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언제부턴가는 음악뿐만 아니라 발레, 뮤지컬 등 모든 공연에 그와 함께했다. 공연을 볼 때마다 작품에 빨려 들어가는 그를 보고 있자면, 나보다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한 쌍의 음악광, 공연광이 되어, 이제는 그가 먼저 공연 정보를 들고 뛰어오곤 한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막상 경험이 많지 않고, 또 여행에 대한 추진력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여행에 푹 빠져있는 나를 만나 함께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가기 전이면 지도, 워드, 피피티 등에 온 정성을 쏟아 계획을 세우는 나를 보며, 는 무언가 자극을 받은 듯했다.


"도 도움이 될만한 무언가를 야겠어!"


얼마 후 그가 보내온 파일은 마치 대학생 시절 교수님이 내주신 과제의 리포트 같았다. 아주 질서 정연하게 정리되어있는 그 포트 안에는, 게 될 여행지의 역사나 건축양식 등 배경지식들이 들어있었다. 몇 번이고 A+를 주고픈 리포트였다. 그는 내 덕에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고, 난 그 덕에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필름 카메라 MINOLTA X-300으로 찍은 그.


 우린 계속해서 서로를 통해 조금씩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또 둘 중 하나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으면 다른 한쪽이 자극을 받곤 한다. 침대에 철퍼덕 누워있던 나는 책을 보는 그를 발견하고 주섬주섬 일어나 글을 쓴다. 수영을 못했던 그는, 수영을 곧잘 하는 나를 보고선 새벽 6시에 선착순 수강신청을 하는 열정을 보였다.

서로가 서로의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우리의 관계가 바람직한 이유다.



오늘의 일상,

수영 수업에 가는 그를 보다가 문득.


커버 사진/ 가을날의 필름 카메라 한 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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