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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의여신 May 01. 2021

나는 대한민국에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왔다

자가격리가 내 제로 웨이스트 삶을위협할 때

독일이민n년차, 독일에 살면서 한국의 배달문화가 항상 부럽다.

늦은 밤에도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밥하기 싫을 때 다양한 메뉴 선택권을 가지고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는 한국의 배달문화가 항상 부럽다.



배달음식에 대한 부러움과 설렘을 잔뜩 안고, 나는 작년 겨울에 잠시 한국을 다녀왔다.

한국에 도착한 그 순간까지만 해도..  한없이 부럽고 기대만 되었던 배달 음식들..

그 전과 같지 않은 한국 방문이라는 점을 생각지 못하고 설렘만 안고 갔기 때문일까..?

인천공항에서 내려 자가격리할 집으로 들어가 배달음식으로 첫끼를 먹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내가 독일에서 제로 웨이스트 실천한다고 노력한 6년의 시간이 허무하구나..."





1. 음식점 사장님도 바쁘시겠지만.. 함께 노력해요


한국에서의 첫끼,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에 체크를 했음에도 도착한 일회용 수저와 포크.

순간 내가 체크를 못하고 주문한 줄 알았다.


그러나...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매번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에 체크했으나 항상 도착한 일회용 수저와 포크...


나는 당시 한국의 핸드폰 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의 아이디로 주문을 했다.

핸드폰으로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주문한 식당에 다시 한번 확인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처음에는 사장님, 직원의 실수라고 생각되었던 점이 5일 이상 매번 다른 식당에서도 계속되니까 

모두 함께 일회용 수저와 포크를 줄이려는 노력이 커져나가야겠구나 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2. 배달 주문했는데 다 일회용품.....


나도 안다. 모두의 노력과 그 상황들을.

지금 이 시기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다회용품을 사용한다면?  불안함에 다회용품 사용하는 식당을 저격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각자의 불안과 생각이 다르기에 다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런 이해와 다르게 내가 속상했던 점은...  지금의 이런 상황이었다.

자가격리가 아니었다면, 배달 주문을 하기보다 유리그릇 한 개 챙겨 들고 직접 받아왔을 텐데... 

나 한 명이라도 일회용품 줄이면 조금 더 좋아질 거라는 생각에 불편해도 꼭 실천했을 그 소소한 행동들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제일 속상했다.







3. 배달음식을 포기하고 선택한 쿠팡 로켓 배송


'이렇게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의 배달 주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직접 집에서 음식을 요리하기로 다짐을 하고, 쿠팡 로켓 배송을 주문했다.


그러나... 믿었던 쿠팡 로켓 배송마저.. 배신당한 기분..


주문해서 배달받은 배송 팩을 여는 순간, 왜 이렇게 포장하는 거지?

한 개의 포장팩에 2~3개의 식품만 들어있고 종이 아이스팩과 함께 다른 공간은 비워져 있었다.


독일에서 인터넷 글을 볼 때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편리하고 좋다고 칭찬을 해서 내가 헛된 기대를 했나 보다.

편리한 건 정말 편리했다. 내가 밤 11시에 주문한 물건이 새벽 4시 반에 현관 앞에 놓였으니까.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게 한국에서는 현실이었으니 편리함은 단연 최고였다.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쿠팡 로켓 배송에 대한 환상이 아주 컸나 보다.

쿠팡 로켓 배송은 편리하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나는 환경을 위해서 살림하고 생활하는 소소한 6년 차 제로웨이스터다.

그렇기에 14일 동안 쌓여가는 일회용품과 스티로폼 들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 수밖에..

가장 나를 힘들게 한 사실은..

자가격리 2주 동안 배출한 일회용품의 양이 지난 1년 동안 독일에서 살림하며 배출한 일회용품 양보다 더 많다는 아이러니함.


나는 대한민국에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왔다.

이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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