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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에서 여행의 첫 아침을 열다

삼대가 함께한 베트남 여행 중 호이안

by 슬로우모닝

호이안의 아침은 이미 뜨거웠다.

늦은 밤 다낭공항에 도착해 40분을 달려 숙소에 짐을 풀었던 어젯밤.

장거리 비행, 출입국 수속, 늦은 밤 체크인까지 - 70대의 부모님께는 꽤 힘든 일정이었을 텐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화를 드리니, 아니나 다를까 두 분 모두 이미 깨어 계셨다.


"뭐 하세요?"

"그냥 있지"

새벽형 인간형이신 아빠는 평소처럼 일찍 눈을 뜨셨겠지만, 낯선 도시라 선뜻 나서지 못해 침대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계셨을 모습이 그려졌다.

"근처 새벽시장에 가실래요?"

이 상황을 이미 짐작해 두어, 여행 전에 숙소 근처 새벽시장 위치도 미리 체크해 둔 참이었다.


"준비하세요."

"준비할 것 없어. 그냥 나가면 돼"

옷도 이미 입고 계셨나 보다. 아직 잠에 빠져있는 남편과 아들을 두고 후다닥 옷을 챙겨 입은 뒤,

부모님 방을 두드리니, 두 분은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나오셨다.


호텔 문을 나서자마자 호이안의 열기가 아침부터 몸을 감싸왔다.

출근길 오토바이는 쉴 틈 없이 도로를 채우고, 작은 상점들은 벌써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앞서 걷고, 부모님은 뒤를 따른다.

방향치에 길치지만, 구글지도가 있으면 낯선 길이 두렵지 않다.


근처 맛있는 커피숍이 있다길래 들러보려 했지만, 우리가 머무는 기간에 딱 맞춰 '휴가'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동네를 걷는다.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주민들, 골목을 느긋하게 걷는 들개들, 세탁소와 미용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집들

호이안의 평범한 아침 풍경이지만, 우리에게는 새롭고 설레는 그림이다.

화창한 날씨, 평화로운 마을, 오랜만에 타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걷는 아침 산책

행복씨앗 한 알 한 알이 마음속에 채워지고 있다.


중간에 데이터가 끊겨 길을 한 두 번 헤매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장 위치를 물어보기도 했지만, 소통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여행의 일부다.

급할 것도 없고, 잠깐 길을 헤매어도 괜찮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시장 입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입구에는 과일 야채 가게가, 골목 안쪽에는 생선과 고기, 옷과 생활용품 등이 이어졌다.

시장은 그 지역의 삶이 진하게 묻어나는 곳이라, 세계 어느 곳이든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딱히 살 건 없었지만, 빈손은 아쉬워 그린 망고 두 개를 사들고 천천히 다시 길을 나섰다.


돌아오는 길은 훨씬 짧았다. 익숙해진 골목을 지나니 금세 호텔이 보였다.

새벽부터 깨어 시장까지 걸으신 부모님의 허기진 배를 위해 곧장 조식당으로 향했다.


엄마는 과일 한 접시 가득

빵 좋아하시는 아빠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한 접시

나는 뜨끈한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을 담아 널찍한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잠시 뒤, 이제 막 깨어 삐쭉삐쭉 선 머리카락 그대로 나온 아들과 남편이 합류했다.

그렇게 2025년 7월,

삼대가 함께 떠난 베트남 여행 첫날이 낭만 가득한 호이안의 아침을 열며 시작되었다.








#삼대가족여행#베트남여행#호이안#호이안새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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