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가 함께한 베트남 여행 중 호이안
오래된 영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짙은 갈색의 클래식 버기차가 호텔 앞에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운전석 문이 열리고, 말끔하고 단정한 셔츠 차림의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이름은 '민탄', 그날 오후 그는 호이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버기카 옆은 모두 뚫려 있어, 호이안 마을 속으로 달리자 시골 공기가 온몸에 느껴졌다. 양옆으로 펼쳐진 논, 천천히 풀을 뜯는 물소들, 그리고 흙먼지가 깔린 좁은 길. 민탄의 안내로 물소 옆에 서서 온 가족이 사진도 찍어본다. 민탄은 아들에게 등에 타도 된다고 말했지만, 커다란 몸집의 낯선 동물이 무서웠는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 순간의 물소를 향한 아들의 조심스러운 눈 맞춤과 겁먹은 얼굴은 아직도 생생하다.
35도가 훌쩍 넘는 후덥지근한 더위였지만, 버기카를 가르는 맞바람은 놀랍도록 시원했다. 민탄은 무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는 가이드 이상의 베트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호이안과 관광객을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이어주는 진정한 안내자였다.
사진 찍을 만한 장소가 나타나면 버기카를 잠시 멈추고, 배경을 살펴 포즈를 제안하며 표정까지 코치해 주었다. 그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한 장 한 장은 단순한 여행사진이 아니라 인생샷이 되었다. 우리는 그와 함께하는 동안 관광지의 화려함이 아닌 호이안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바람을 가르고 달린 버기카는 어느 초가지붕 앞에서 멈췄다. 나무 간판에는 베트남 현지어로 적힌 글자들이 음표처럼 이어지고, 그 아래에는 'DRIFTWOOD VILLAGE'라고 영어로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호이안 주변에서 떠내려온 표류목을 모아 조각품과 예술작품으로 되살리는 목각공방 겸 전시공간이다.
한 바퀴를 천천히 걷다 보면 나무를 다듬는 장인들의 손놀림과 이미 완성된 다양하고 매력적인 목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관광지의 북적임과는 결이 다른, 호이안의 느린 공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공방을 구경하고 다시 버키카에 몸을 싣는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시원했고, 민탄은 센스 있게 한국가수 영탁의 노래를 틀어주었다. 흥 많은 아들은 리듬에 맞춰 앉은 채로 어깨를 들썩이고 손으로 춤을 춘다. 뒤에 앉아계신 부모님은 미소를 머금으며 호이안의 공기를 느끼셨다.
바람, 음악, 햇살, 여행이 '여행답다'라고 느껴지는 완벽한 순간이었다.
민탄은 번역기를 이용해 베트남의 문화와 장소들에 대한 설명을 틈틈이 더해주었다.
언어의 장벽은 상대를 위하는 진심을 전하는 눈빛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올드타운 입구에서 차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기에, 민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비록 2시간이었지만, 호이안을 진정으로 느끼게 해 준 최고의 가이드.
감사한 마음을 담아 줄 수 있는 건 감사하다는 말과 넉넉한 팁뿐이라는 게 아쉬웠을 뿐이다.
그날 호이안의 버기카 투어는 그렇게 우리 삼대에게 '호이안에서 머물던 최고의 순간'으로 남게 되었다.
호이안 민탄 가이드님,
당신은 호이안의 아름다움을 진심으로 전달해 준 최고의 가이드입니다.
당신 덕분에 저희 가족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갖게 되었고,
여행이란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다시 호이안을 오게 된다면,
꼭 당신과 하루 종일 버기카로 달리고 싶습니다.
2025년 7월의 어느 날,
짙은 갈색 버기카의 흔들림 속에서 영탁의 노래를 들으며,
당신이 이끄는 길 위로 달리던 그 순간이 문득 떠오릅니다.
그때의 바람과 웃음이 지금 이 글을 쓰는 제 얼굴에도 미소를 남기네요.
당신을 만나서 호이안에서 잊지 못할 삼대의 추억이 완성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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