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가 함께한 베트남 여행 중 호이안
호이안의 열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짙어졌다.
안방비치에 도착해 백사장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래가 품은 뜨거움이 곧장 발바닥을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비명을 삼키며 부리나케 슬리퍼를 다시 찾아 신었다.
이 모래 위를 맨발로 바다까지 걸어가는 건, 무모한 도전이다.
그래서 부모님과 나는 바다로 뛰어드는 대신 선배드를 택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그늘이 드리워진 선배드에 기대어 시원한 망고주스를 기다리는 여유는
여행이 선물해 주는 작은 호사이기도 하다.
그 사이 남편은 아들과 함께 불덩이 같은 모래 위를 오가며 비치볼을 던지고,
밀려오는 파도를 맞으며 놀아준다.
아들의 웃음은 열기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해맑았고,
온몸으로 아이의 즐거움을 만들어주는 남편이 고마워 마음이 뜨거워졌다.
잠시 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돌아온 두 사람은 서빙된 망고주스를 단숨에 들이켰다.
하지만 베트남식 망고주스는 한국과 달랐다. 망고 자체의 진한 결만 담은 '과일 그대로의 맛'이다.
건강한 풍미였지만, 얼음 가득 차가운 단맛에 익숙한 남편과 아들의 입에서는
"하나도 안 시원해!" 라며 실망 가득한 표정이다.
여행 내내 망고주스를 몇 번 더 도전했지만, 결국 결론은 '한국 망고주스가 더 맛있다'.
빨갛게 익은 아들의 얼굴에 작은 휴대용 선풍기를 앞에 대주었다.
더운 나라에서 이 작은 바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 여행 내내 새삼 체감한다.
잠시 쉼을 마치고, 우리는 해변 뒤편 골목으로 발길을 돌렸다.
식당과 카페가 늘어선 길을 따라 걷다, 점심식사를 위해 미리 찾아둔 '라 플라쥬' 에 들어섰다.
에어컨은 없지만 테이블마다 성능 좋은 선풍기가 몇 대씩 돌고 있어, 바람이 교차하는 순간만큼은 시원했다.
호이안의 공기는 뜨겁고, 호이안의 냉방은 따듯하다.
한국에서 당연히 누리던 시원함이 이곳에서는 사치처럼 느껴지고,
그 불편함 덕에, 우리가 얼마나 편안한 환경에 살고 있는지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부모님을 위한 해산물 요리와 아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골고루 주문한다.
가리비구이, 총알오징어, 모닝글로리, 월남쌈, 화이트로즈, 해물볶음밥, 스프링롤, 그리고 피자까지
탁자 위에 하나둘 놓이는 음식들로 눈도, 마음도, 입도, 풍성해진다.
부모님은 맛있게 드셨고,
아들도 좋아하는 월남쌈과 피자를 번갈아 먹느라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뜨거운 공기를 가르며,
안방비치를 내려다보면서
삼대가 함께 한 호이안 여행 첫날의 점심
삼대의 여행은 그렇게 한 페이지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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