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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켓 Mar 02. 2017

치코와 리타 (Chico & Rita, 2010)

: 사랑은 재즈처럼

*스포일러 있음


처음 <치코와 리타>를 재생시켰을 때, 내가 여태 많이 봐왔던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작화여서 새로운 느낌도 있었고 어색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곧 이런 유연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선들이 쿠바 음악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OST

뭐니 뭐니 해도 음악 영화의 꽃은 스토리보다 OST이지 않을까 싶다. 남자 주인공인 '치코'의 캐릭터는 '베보 발데스'라는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되었다고 하는데, 영화 OST 작업에 '베보 발데스'가 직접 참여하였다고 한다.

세계적인 쿠바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


아무래도 가장 기억나는 곡은 메인 테마인 'Lily(Rita)'와 처음 치코와 리타가 만나는 장면에 나왔던 'Besame mucho(베사메 무쵸)'이다. 이 영화에서 베사메 무쵸가 '나에게 키스해주세요.'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무튼, 그 노래를 열창하는 리타는 내가 봐도 너무 매력적이었고 섹시했다.


'Lily(Rita)'라는 곡은 음악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치코와 리타의 사연이 너무 좋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작곡을 한다는 것도 로맨틱했고, 후에 치코와 리타가 다시 만났을 때 Lily가 누구냐며 묻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

Besame mucho(베사메 무쵸)'를 부르는 리타


-인종 차별

<치코와 리타>는 1940년대의 쿠바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거진 70년이 흐른 현재에도 각 나라에서의 인종 차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보다 더 심했을 때라니..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 그 당시의 차별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꽤 나온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장면은 '레이몬'이 '리타'를 찾아 어느 연회장(?)에 갔던 때이다. 그곳에서 문지기가 백인만 출입할 수 있다며 레이몬을 막는다. 자기도 흑인이면서.. 그리고 두 번째는 뉴욕에 간 리타가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한 여자가 "라틴계 주인공 영화는 위험 부담이 클 텐데요."라고 말하자 리타가 "유일한 위험 요소는 어두운 장면에서 제가 안 보일 거란 거겠죠." 라며 유쾌하게 받아친다. 가수로써, 또 배우로서 이미 높은 자리에 올라 가 있는 그녀이지만 백인들 눈에는 그저 피부가 까만 라틴계 여자로 보일 뿐인가 보다.


그저 겉 껍데기뿐인 외모만을 보고 그 사람이 가진 재능까지 비하하는 것은 정말 미개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단 인종 차별뿐만 아니라 성 차별, 신분 차별, 장애인 차별 등 수많은 차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쨌든, <치코와 리타>는 이런 인종 차별 장면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조금 더 현실과 가깝게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랑

위에서도 말했지만 <치코와 리타>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부분들이 많다. 특히나 그들에게 주어진 '사랑' 이야기에서는 더욱 그렇다.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라는 노래가 생각도 나고 말이다. 내가 연알못(연애를 알지 못하는 자)이라서 그런지 공감이 그다지 많이 되지는 않았다. 내가 본 치코는 한마디로 '나쁜 놈'이었다. 리타 말고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화가 나는데 만나고 싶지 않아하는 리타 앞에 끈질기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며 '저 정도면 스토커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코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붙잡아서라도 함께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정말 사랑하지만 자꾸 엇갈리게 되는 이들의 사랑은 마치 묶였다 풀렸다를 반복하는 실타래 같았다. 그리고 그 실의 동일 선상에 있는 치코와 리타는 끊임없이 서로와 마주치고, '만나게 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난다.'는 로맨스 영화의 정석으로 끝을 맺는다.

너무나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여서 진부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가장 심플한 게 가장 어렵기도 하다.



다른 음악들을 들으면 처음 그 음악을 접했던 그날의 기분, 분위기, 향기까지 과거가 생각나는 것 같은데 재즈는 다르다.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나라, 감정, 시대까지 상상되게 만든다. 그동안 <위플래쉬>, <라라 랜드> 그리고 <치코와 리타>를 통해 재즈를 접했는데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열적인 사랑을 담은 재즈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치코와 리타>를 통해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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