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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켓 Mar 20. 2017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러울 때 일본 드라마/멜로 영화만큼 차분해지는 작품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그러한 이유로 보게 되었다. 울게 되는 게 싫어서 웬만하면 슬픈 장르는 피하는데 어제는 왠지 울고 싶었다. (감성 폭발)

이 영화는 실제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6년간 자신들의 아이라고 키워왔는데 갑자기 친자가 아니라는 말을 들으면 과연 어떤 마음일까? 잘은 모르겠으나 상상조차 하기 힘든 감정임에는 분명할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두 가정은 차이점이 많다. 케이타네 가정은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엄격한 규칙으로 관리하고, 아버지인 료타는 일이 바빠 잘 놀아주지도 못한다. 반면에, 류세이의 가정은 (료타가 보기에) 유복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주며 아이와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아버지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료타이고, 그것 또한 모두 가족을 위함임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어느 가정의 교육 방침이 잘못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집이 부유하지는 않아도 가족들과 화목하고 추억이 많이 쌓일 수 있도록 지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친자를 집으로 데려간 첫날에 류세이가 료타가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류세이는 계속 료타에게 '왜?'냐고 물어보는데, 아이조차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는데 부모들 또한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싶었다. 이후에도 류세이는 료타네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케이타 역시 자신을 두고 간 아버지에게 크게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왜 생기는지 정말 의문스럽다.

어떤 사건 후, 류세이에게 마음을 열고 지내던 료타는 카메라를 보던 중 케이타가 찍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카메라 속의 료타는 항상 잠을 자는 모습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케이타가 얼마나 아버지를 관심 있게 봤는지, 같이 놀고 싶어 했는지, 사랑받고 싶어 했는지 생각해봤다. 그리고 료타 또한 자신이 케이타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듯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성동일이 딸인 덕선이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요즘에는 아동학대다 뭐다 사회 문제가 심각하지만, 본래 자식에게 못해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늘 좋은 것만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제라도 잘 헤아려야 할 텐데 말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말도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
피도 함께한 시간 앞에서는 물보다 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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