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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켓 Apr 14. 2017

여교사 (MISBEHAVIOR, 2015)

금기된 것 마저 거스르는 감정이 가진 파괴력 




영화 개봉 전 인터뷰에서 '문제작'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미안하게도 이 영화는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금기로 여겨오던 모든 것을 깨버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거인>을 연출하며 이름을 알린 김태용 감독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 묘사에 굉장히 능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것들을 깨는 순간, 이 영화에 점점 몰입하게 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나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질투에서 시작되는 영화이지만, 그 안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흙수저와 금수저 등의 사회적 문제들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가 택한 주제에 걸맞게 캐릭터 각각의 개성도 뚜렷하다.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폭발적인 질투와 욕망을 보여주는 비정규직 교사 효주, 선의로 다가간 행동들이 오히려 악의가 되어 상처를 주는 '착한 악역' 정규직 교사 혜영, 둘 사이에서 순수하지만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학생 재하.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를 외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로망스의 김하늘은 자신의 유행어를 보란 듯이 깨부수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하늘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영화에서의 감정 표현은 정말 놀라웠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면서 자존심이 상할 때가 많았다던데 그만큼 '효주'라는 역할에 몰입하고 이해했기에 할 수 있는 말 같다.

또, 위에서 언급했듯이 '착한 악역'이라는 설정으로 탄생한 '혜영'이라는 캐릭터를 보며 자신이 나쁜 의도를 갖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줬다면, 그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혜영이 후반부에 점점 '의도한 악의'를 가지게 되는 모습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사실 끝까지 가보자는 효주의 행동에 모두 공감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일정 부분 두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아마 내가 효주였어도 질투심과 자격지심에 너무 화가 났을 것 같고, 내가 혜영이었어도 도대체 왜 나에게만 차갑게 대하는지 서운했을 것 같기도 했다.

클라이맥스를 기점으로 둘의 입장이 확실히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 이들의 진심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는 듯싶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혜영의 단 한 가지가 효주에게는 전부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스스로를 파멸로 내몰아 버리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효주'가 '재하'에게 빠져드는 과정에서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처음 영화를 보고 났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결말이 왜 이래..?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에서)' 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만큼 똑 부러지는 결말도 없을 것 같다. 이것 또한 극단적인 질투와 자격지심이 낳는 최악의 결과 중 하나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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