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 현관문 앞에 선 내 손이 멈춘다.
문고리를 돌릴까, 말까.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평상시보다 더 요란하다. 아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걸음 소리. 설거지를 하며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 아이들이 엄마에게 하는 질문에 답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바쁨에 쫓기고 있다.
그런데 나만 몸을 쏙 빼서 놀러 나가려고 한다.
"미안해."
내 목소리가 작다. 더 작아진다.
“영화 보고 올게."
아내가 잠시 손을 멈추고 천천히 돌아본다. 내 쪽을 향해서. 그리고 말한다.
"걱정하지 마. 당신은 놀러 나가는 게 아니야."
잠깐의 정적.
"영화 보는 것도 당신에겐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니까."
아이들도 덩달아 손을 흔든다. "아빠, 잘 다녀오세요!"
아내의 입이 다시 열린다. 한마디 더 할 것 같다.
"인풋이 없는데 어떻게 아웃풋이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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