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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PD의 이야기 본능

인간은 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가

by pdcafe

3.라디오 PD의 이야기 본능


인간은 왜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가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야기를 갈망하는 존재입니다. 문자가 생기기 전부터 사람들은 말로 경험을 나누고, 신화를 만들고, 공동체를 묶었습니다. 이야기는 단순히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삶을 해석하는 틀이며 정체성을 세우는 도구였습니다.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동물(Home narraticus)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통일된 이야기로 구성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인간이라고도 했는데요. 내러티브 사고를 통해서 자신의 삶과 자아를 구성해 나가며, 다른 사람의 삶과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지요. 결국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현실을 인식한다”는 말입니다. 어떤 경험이든 곧바로 ‘이야기’라는 구조로 엮이게 되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의미를 찾습니다. 사회학적으로 보더라도 한 공동체가 가진 서사는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대변합니다. 책과 라디오, 영화, 팟캐스트, 유튜브까지 매체가 달라질 뿐, 이야기를 향한 갈망은 여전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정보를 얻으려는 것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공감하며,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귀를 기울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 드라마를 들으며 성장했고, 시사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챙겨 들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별밤을 듣고 엽서를 보낼 때, 저는 기독교방송(CBS)의 시사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1980년, 고등학교에 들어가던 해에 언론통폐합이 있었습니다. 전두환 신군부가 모든 언론을 통제하며 CBS의 보도 기능을 박탈했지요. 보도를 할 수 없게 된 그 방송은 교양 프로그램 속의 코너에서 간추린 소식을 전하며 어떻게든 시사를 다루려 애썼습니다. 지금 같으면 SNS나 유튜브 채널로 뉴스를 전했겠지만 그땐 개인방송의 개념도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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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cafe의 브런치입니다. 라디오 전문 PD로 책읽는청주 독서캠페인을 기획했으며 지금은 대한민국 독서캠페인 리딩코리아(Reading Korea)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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