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자고로 에피소드는 가만히 있으면 생겨나지 않는 법이다. 좋게 보면 다양한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나 달리 보자면 크고 작은 사고를 칠 위험을 안는 것이겠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한가운데에서 호갱님이 된 경우도 스스로 가만히 있지 않아서다. 이탈리아라는 나라도 처음, 당연히 로마도 처음 가는 비행이었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 3대 관광 도시로 꼽을 수 있는 이탈리아 로마. 워낙 여행객이 많은 비행이라 보통 로마행은 이탈리안보다 세계 각국 승객들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에 들뜬 분위기가 맴도는 기내, 승객들만큼 나도 들떠있었다. 비행 내내 라랄라, 오드리 헵번이 되어보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바쁜 서비스도 들뜬 마음을 누르지 못했다. 호텔 체크인을 하기 무섭게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립스틱만 대충 지운 다음 시내로 나섰다.
나를 포함해 5명 크루들과 함께 관광을 시작, 콜로세움을 시작으로 나보나 광장, 판테온, 로마의 휴일 계단으로 더 알려진 스페인 계단 등 시간이 허락하는 한 부지런히 걸었다. 뜨거운 땡볕도 아랑곳 않게 영화 속에 들어간 듯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던 오후. 누가 봐도 로마 처음 가 본 사람이었다.
허기가 진 것이 반갑게 우리는 사람이 제일 많은 핏제리아에 들어갔다.
가만~히 메뉴판에 나와있는 것 중 고르면 설사 아쉬운 맛이더라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치르진 않았을 거다. 다른 크루들은 무난한 마게리타 피자나 토마토 파스타를 주문했다. 피자 한 판이 10-12유로 내외. 하지만 나는 로마에서의 첫 식사가 다른 데서도 먹음직한 무난한 파스타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싱싱한 해산물이 많이 들어간 파스타가 있을까요?"
내향성 80프로인 나는 승객한테도 먼저 말을 잘 안 거는 편이었다. 그런데 꼭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그렇게 질문이 많아진다. 처음 보는 재료면 꼭 뭔지 알아야겠고, 알 수 없는데 맛있는 무언가라면 궁금해 못 참는다. 메뉴 고르기가 어려울 때는 당일에 좋은 게 뭔지 묻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여기서 파스타 한 접시로 뒤통수 세게 맞았다. 79유로, 가만히 있지 않은 대가였다. 체격 좋은 남자 직원이 양손으로 '대령'하신 파스타에는 랍스터 반 마리를 포함, 오징어, 홍합, 새우, 조개가 듬뿍. 랍스터 들어갔으니 가격이 배로 뛰는 건 알겠는데, 얼마라고 알려주지 않고 음식을 내 온 거다.
양이 족히 2인분은 될 법해서 좀 먹으라고 크루들에게 말했으나 아무도 한 입 거들지 않았다. 랍스터 한 입하고 10유로 줘야 할 것 같아서였나? 영수증 받았을 때 총합 금액인 줄 알았지 뭐야.
그렇게 에피소드가 하나 쌓이고, 의도했으나 의도하지 않은 잊지 못할 로마의 첫 식사가 되기는 했다. 현지 호텔에서 그 나라 환율 토대로 받던 용돈(allowance)이 거의 남지 않아 몇 푼 빌려서 호텔로 돌아갔더랬다. 하하. 그래서 맛이 있었느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스타라고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될 것 같으니 그렇다고 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