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이츠의 시를 감상했다.
자동차의 수명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기적으로 자동차를 바꾸는 사람도 있고
자동차를 폐차시킬 때까지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꼭 형편에 따른 선택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성격이 자동차를 일정 기간 타면 싫증이 나서 차종을 바꾸는 사람과
꾸준히 같은 차종을 고집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 차에 집착해서
수리에 수리를 거듭해 가면서 끝까지 타는 사람도 있다.
지금까지 내가 소유했었던 자동차는 3대였으니
나는 후자에 속하는 유형이다.
오늘 자동차를 정비소에 맡기고
정비소에서 제공한 차를 타고 돌아왔으므로
이런 생각과 만났고,
연상작용처럼 예이츠의 시를 찾아 음미했다.
다시 자동차를 바꿀 시기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 그대가 늙었을 때
그대 늙어 백발이 성성하고 잠이 가득해,
난롯가에서 꾸벅 졸거든, 이 책을 꺼내 들고
천천히 읽으시기를, 그리고 한때 그대의 눈이 품었던
부드러운 눈빛과 그 깊은 그늘을 꿈꾸시기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대의 발랄하며 우아한 순간들을 사랑했으며
거짓된 혹은 진실한 애정으로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는지,
그러나 어떤 남자가 그대 속의 방황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의 변화하는 얼굴에 깃든 슬픔을 사랑했으니
그리고 타오르는 장작더미 옆에서 몸을 구부려
약간 슬프게, 중얼거리시기를, 사랑이 어떻게 도망갔는지
그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 이리저리 거닐며
그대 얼굴을 별 무리 속에 감추리라.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
젊었을 때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모두 한 해 두 해 해가 거듭될수록 신체적 변화를 맞이한다.
늙어가는 일, 혹은 익어가는 일,
그 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현명해지는 일로 해마다 생을 이어 갈 것이다.
이런 자세의 선택이 한 해 정신이나 몸에 쌓는 게 다를 수 있다.
최근에 80대의 한국 여자분이
미스 유니버스에 출전한 일도 있고
동시대의 남자분의 근육이
이십 대와 견주었을 때 뒤지지 않았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처럼 하루를 사는 자세는
저마다의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주어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진실이게 한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살면서도
나는 만약에 예이츠의 시에서처럼 노년을 맞이한다면,
어떤 추억을 많이 떠올리게 될까를 생각했다.
추억거리 중에 사랑에 관한 추억이 가장 달콤하겠지?
사랑의 대상이 꼭 사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공간일 수도 있고,
이루어놓은 무엇일 수도 있고,
여행지에서의 순간일 수도 있다.
기억할 추억이 많을수록
지루하지 않은 노년이 될 것이라 믿기에
오늘도 어제와는 다른 추억거리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