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꿈틀거리며 올라오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회사 사무실은 하나둘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진의 책상 위만은 여전히 서류가 쌓여 있었고,
노트북 화면에는 회사 경비 정산표가 깜빡이고 있었다.
"팀장님,오늘도 야근이에요?"
막내 직원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서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조금만 더 하고 갈게.집에 먼저 가."
막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팀장님... 가끔은 좀 쉬셔도 돼요.팀장님 혼자 다 짊어지지 않아도 되잖아요."
뜻밖의 말에 서진은 잠시 멈칫했다.
누군가에게서 "쉬어도 된다"는 말을 들은 게 얼마 만이었던가.
집에서도,회사에서도... 늘 "해야 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던 자신이 떠올랐다.
사무실에 혼자 남자,서진은 서류를 정리하다가 문극 창밖을 바라보았다.
겨울 밤하늘에 별 하나가 또렷하게 떠 있었다.
나...이렇게까지 혼자 버티며 살아왔구나.
그리고 곧 또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하지만,이제는... 나 자신을 챙겨도 되지 않을까?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아주 작지만 분명한 감정이 솟아올랐다.
마치 오랫동안 눌려 있던 씨앗이,흙을 밀어내고 조용히 싹을 틔우는듯한 감각.
서진은 가방에서 오래 쓰던 작은 노트를 꺼냈다.
언젠가 소설을 쓰고 싶어 메모하곤 하던 노트였다.
손끝이 떠리는 걸 느끼며,조심스레 첫 문장을 적었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자신을 다시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문장을 쓰는 순간,
그 말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임을 서진은 깨달았다.
오늘의 이 작은 문장이,언젠가 자신과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되리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