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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Nov 13. 2017

떨어지고 쌓이는 시간

11월, 올림픽공원

가을이 한창 절정이다. 


주변에서 슬슬 단풍을 보러 가거나, 동네 근처의 단풍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보인다. 멀리 있는 산뿐만 아니라 동네 가로수에도 단풍이 가득 물들고, 거리에는 슬슬 낙엽이 굴러다니기 시작한다. 

가을이 끝나기 전에 막바지 가을 모습을 담기 위해 어디를 가볼까 고민했다. 산과 가까운 곳은 이미 추워서 겨울로 접어들고 있을 것 같았고 사람도 많을 것 같아서, 가기 쉬운 곳을 찾기로 했다. 








아직도 초록빛이 나는 것들이 보이지만 한여름에 비하면 일교차 때문에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인다. 

공원 입구부터 나무들이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잎과 똑같이 말랐음에도 나무에 붙어있는 잎들이 보인다. 이런 잎들은 한겨울에도 바람 방향에 따라 휘어진 채로 매달려있을 것이다. 


나른한 빛을 따라 색이 변하고 낙엽이 쌓인 길들을 걸었다. 





언덕 높은 곳의 나무들이 단풍빛으로 반짝였고, 아직 열매가 남아있는 나무들 근처에는 새를 찍으려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정원의 낮은 것들은 거의 시들거나 뽑혔고, 꽃과 벌로 가득했던 나무들은 열매껍질만이 덩그러니 매달려있었다. 



 



급한 개체들은 벌써 겨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꽃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올리던 들꽃마루는 올해 마지막 꽃으로 보이는 것들이 채워져 있었다. 

꽃이 없어져가는 정원에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서 고요함만이 남았다. 





길도 정원도 숲도 물들고 떨어지는 시간이다. 

일찍 나른해지는 빛을 받으며 겨울로 향하는 길들을 걸었다.  






이제 얼마 후면, 시들어가는 풍경이나 온실이나 해외여행 말고는 딱히 찍을 소재가 다채롭진 않은 겨울이 온다. 올해 쓰고 올린 것들을 둘러보면서, 계절이 또 한 바퀴 돌아옴을 느낀다. 이렇게 시간이 변하면서 바뀌는 아름다움들을 열심히 모아서, 언젠가는 오프라인 산출물을 준비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이날 촬영 이후 슬슬 2017년 사진들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사진들은 열심히 책을 참고하고 개체 하나를 오래 돌아보면서 고민했었는데, 요즘은 예전의 기억들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도록 몸에 익혀놓고, 느긋하게 둘러보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최대한 기교 없이 담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내 사진이 스스로 지루하다 느껴지면 약간의 마음가짐만 바꿔도 이전과는 다른 사진이 나오는 것 같다.  





w_ A7R2, Loxia 2/35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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