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 런던 정원여행 - 이사벨라 플랜테이션/리치몬드 파크
딱히 시차적응이 필요 없던 런던 여행도 절반 정도를 지날 때였다. 런던에 막 도착했을 때 큐가든과 리치몬드 파크를 들르기 위해 트래블카드를 4존까지 다닐 수 있게 끊어두었고, 이날은 런던 서쪽으로 향했다.
푸트니브릿지역에 내려서 85번 버스를 타고 워렌로드쿰비에서 내렸다. 구글맵이 왠지 사유지처럼 닫힌 문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알려주길래 황당해하는데 자세히 보니 옆에 철문이 있었다. 공원이 꽤 넓었는데, 안에는 차도 다니고 버스정류장도 있었다.
이사벨라 플랜테이션은 공원 한가운데에 있다. 가는 길은 마치 숲과 오름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에든버러의 식물원이나 정원이 있던 공원들과는 달리, 여긴 마치 우리나라 수목원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새소리나 청설모가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공간이 꽤 협소해서 이곳에서는 35mm 렌즈로만 찍었다.
밤나무가 많은지 온 사방에 밤송이들이 흩어져있다. 물들어가는 나뭇잎들과 옅은 한기 속에서 여기 가을은 반 정도 지나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쪽 연못 근처에는 아직은 초록빛이 선명한 잎들이 꽤 많았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꽃이 점점 더 많이 보이고, 하늘을 가리던 나뭇잎들도 적어졌다.
아직까지 피어있는 꽃들은 북쪽에 몰려있었다.
이곳의 가을 풍경은 우리나라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느낌보다는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초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초록 사이로 마르고 시들어가는 것들이 천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사벨라 플랜테이션이 리치몬드 파크 한가운데에 있어서, 공원을 빠져나가기까지 제법 오래 걸어야 했다.
여름에는 사방에 초록빛이 가득했을 공원은 낮은 풀들이 희게 말라붙어 마치 모래사장을 보는 것 같았고, 고사리들은 붉게 넘실거리고 있었다.
공원 곳곳에서 사슴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려 조금 무섭기까지 했는데, 사슴을 찍겠다고 몇몇 사람들이 망원렌즈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의 사계절 모두를 겪어보진 못했지만,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오면 좋을 것 같은 이사벨라 플랜테이션과 달리, 리치몬드파크 나머지 구역은 이쯤이 더제일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Sony A7R2
Zeiss Distagon T* FE 35mm F1.4 ZA (SEL35F14Z)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