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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Aug 18. 2016

점, 선, 정원

2016.07. 제주 정원여행 - 카멜리아힐

진작부터 제주에서 보아오던 유명한 정원 중, 카멜리아힐과 여미지식물원이 있었다. 여미지식물원보다는 카멜리아힐이 요즘 더 자주 보이더라. 겨울에는 동백이 피고, 여름에는 수국이 피는 꽤 예쁜 정원이라고 생각했다. 여행 중 하루를 비워 이 두 곳만 둘러보기로 했었고, 마침내 그 날이 되었다. 어디부터 갈까 고민하다가, 수국이 많은 정원이라면 아침 빛을 받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되어 카멜리아힐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예스잼 노스트레스
아침 정원은 관리받는 중


그리고 역시나 이 날도 비가 왔다. 비도 오고 안개도 끼고. 다행히 흐를 정도로 내리는 비는 아니라 레인커버는 씌우지 않기로 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서인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보다는 제법 한산한 편이었다. 




입구의 좁은 길을 지나면, 바로 수국이 펼쳐진 곳이 나온다. 

입구 근처의 수국은 정원 깊은 곳만큼 많진 않았지만, 제법 깨끗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길가에는 수국이 듬성듬성 피어있다가, 가끔 어떤 곳에선 거대한 나무가 자리 잡고 있었다. 





관람로 안쪽 정원으로는 수국 말고도 다양한 꽃들이 있었다. 모두들 이슬 같은 빗방울을 맺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깊은 곳의 꽃들을 가까이 담기 위해 180마를 썼다. 





찰나의 수국길과 꽃길을 지나니 동백정원이 나왔다. 동백나무들이 좁은 길을 만들고 있었고, 겨울에는 꽃길이 펼쳐질 것 같았다. 

나무 사이에 안개가 스며들고, 은은한 빛이 숲을 적셨다. 



낮은 나무 뒤에는 큰 나무가 정원 외곽을 가로막고 있다.
아넵...



사람들이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도록, 길 가는 곳 중간마다 가렌드나 글귀가 적힌 간판, 의자나 인형 등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정원이 길을 걷다가 이런 곳들을 발견하면 쉬면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만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늘에 구름이 있듯, 정원 길 근처에는 항상 하늘색 수국이 있는 곳이 있었다. 



 

안녕?



정원 군데군데 막힌 길들이 있었다. 관리용으로 쓰이거나, 아니면 특정 시즌에 따라 관람로를 바꾸는 듯했다.





정원을 돌다가 코를 간지럽히다 못해 찌를 기세로 강한 향이 느껴졌다. 주변을 보니 치자나무들이 한가득 있었다. 강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의 향은 아니고, 기분이 상당히 좋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만 더 견고하고 은은한 느낌이 좋았다. 


여기서도 나는 180마를 들고 나무에 매달린 꽃을 더 가까이에서 담았다. 가랑비 때문에 바깥에서 렌즈를 갈기가 참 힘들었다. 



나를 보고 가세요



몽환적인 향을 내뿜던 치자나무길을 빠져나와서, 길과 길, 모퉁이와 모퉁이를 돌며 천천히 걸었다. 

여름 동백정원의 동백나무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보다는 여럿이 모여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안갯속의 동백나무길이 참 포근하게 느껴졌다. 





카멜리아힐에는 총 세 곳의 온실이 있었다. 그중 두 온실 모두 의외로 제철의 꽃들이 가득했다. 한 온실에는 도라지꽃들이 무리 지어 있었고, 다른 온실에는 밖에도 있던 수국이 안에도 또 있었다. 온실 밖에도 수국이 있더라. 



때로는 길이 점이 되기도 하는 느낌이다.
으앙 폰트 귀여워



수국정원으로 가는 길에는 연못도 있고, 온실도 있고, 거대한 나무도 있었다. 거대한 나무는 35mm 렌즈로도 제대로 담기 힘들 만큼 거대했고, 연못에는 연꽃이 눈 내린 것처럼 가득했다. 


가는 길마다 아기자기하게 구성된 지점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걷다가 이러한 점들이 보이면 사진을 찍고,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먼 남쪽 섬에 있는 거대한 정원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담고 추억을 많이 남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마음의정원은 온통 하늘색 수국으로 가득했다. 

수국축제라고 쓰여있던 현수막 내용과는 다르게, 달리 뭔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수국이 왕창 많았다. 사람들이 하도 사진을 많이 찍기도 했고, 원래 바깥에 있는 꽃들이 상태가 그리 좋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들은 아름답다. 




정원 내부 온실에도 수국이 한가득 있었다. 여기는 플라워카페 컨셉으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게 되어있더라. 





마음의정원에서 수국들을 한참을 보다가, 나머지 길을 천천히 둘러보며 나왔다. 






나와보니 주차장이 가득 차있더라. 일부러 많이 오는 주말 주변을 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원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전반적으로 정원은 외곽지역을 크게 돌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배경 역할을 하는 길들 사이에 수국과 치자꽃, 가렌드나 의자 등이 놓여 있었다. 어떤 포인트에서는 들고 찍으라며 수국을 잘라다 놓기까지 했더라. 그렇게 걷다 찍다 걷다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정원을 한 바퀴를 다 돌고 카메라 메모리가 가득 차있을 것이다. 


이곳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꽃구름 가득한 정원이었다. 





w_ A7R2, Loxia 2/35 + Sigma 180mm F2.8 APO macro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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