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샘 Sep 19. 2016

장미가 떠나면 가을이 온다

호수공원 산책하기

최근 제주를 다녀온 이후, 여름 정원을 제대로 들르지 못했다. 올해 여름은 왜 이리 더운지. 작년에는 여름 꽃을 보겠다고 기꺼이 나갔지만, 올해는 여름 내내 피어있을 비비추를 비롯한 백합류 꽃들은 제주에서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마침 추석에 일산을 들를 기회가 생겼고, 시간을 내서 호수공원을 둘러볼 기회도 생겼다. 초여름 장미원이 생각나더라. 꽃박람회 기간 이후가 장미가 가장 깨끗할 시기지만, 가을까지도 피는 것이 있을 테니 장미원을 보러 가기로 했다. 


  





가로수 주변 꽃밭은 가을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봄과 여름에 비하면 다소 어둡지만, 가을꽃들도 나름 색이 다채롭다. 



아 색수차...

 


역시나 초가을까지는 장미가 남아있다. 이제는 저물어가는 시기다.  

장미가 저물면서 여름도 같이 저문다. 



 



꽃 하나하나를 가까이서 봤을 땐, 별이 거대한 빛을 토해내고 왜성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활짝 피어 꽃술이 보일 정도였지만, 그 와중에도 새로 피어나려는 꽃들이 있었다.    





그렇게 가을이 오기 전에 마지막 빛을 뿜어낸다.



 







잠시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려는데, 물가에 말벌이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 벌이 예민한 시기라, 겨우 한 컷 담아왔다. 





사실 코스모스는 여름에도 피어난다. 

더워 죽겠네 가을 좀 와라 하던 느낌으로 여름 코스모스를 바라봤는데, 지금 보니 이제 진짜 가을이 온 것 같다. 





가을이 오기 무섭게 시들어버리는 꽃들이 있다. 이제 저걸 다시 보려면 한 해를 기다려야겠지.

억새같이 이삭이 열리는 것들이 주변을 채우기 시작했다. 배롱나무는 이제 나무 같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거대한 나무에는 그 무게만큼이나 많은 열매가 익었고, 벌써 단풍이 드는 나무들이 있었다. 





메타세콰이어들도 얼마 뒤면 붉게 물들 것이다. 



 



여름 내내 너무 자라서 그 무게를 견뎌내기 지치는 가을이 왔다. 





편의 상 계절을 구분 짓지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체차가 심하다. 아직 피어날 꽃이 아닌데 계절에 걸맞지 않게 피어있는 것들도 있고, 이제 저물고 시들어야 하는데 꽃망울을 틔우는 것들도 있다. 길 양 옆에 늘어선 나무들 중에도, 마치 '얘들아 3년 동안 수고했고 나중에 웃으면서 보자' 느낌으로 유독 한 그루만 잎이 벌써 떨어져 버리거나 먼저 물들거나 혼자 초록빛을 간직하는 것들도 있고.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더라. 아직 날은 덥고 여름인 것들이 보여도,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가을이 다가와 있었다.   






w_ A7R2, Loxia 2/50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_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보면 더 예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