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현실, 아이를 바라보며

by 산에태양

아이가 어느덧 성장해 자신의 힘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요즘 기업들은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고, 경험 없는 사람에게는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시대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딸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고, 마침내 어렵게 인턴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참 고맙고 대견했다.

그래서 나는 딸아이에게 말했다.

“고생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꼭 정규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그 말 속에는 아빠로서의 응원과 걱정, 그리고 아이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인턴 계약은 3개월씩 연장되었다.
그러다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갈 즈음, 회사에서는 더 이상 연장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정책상 최대 11개월까지만 가능하다며, 마지막 한 달은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한 달이 아이에게는 단순한 기간이 아니라,
‘1년 경력’이라는 중요한 커리어가 될 수 있는 시간인데 말이다.
왜 그 마지막 한 달을 허락하지 않는지, 회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결과를 받아들이기에는 참으로 당황스럽고 씁쓸했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직장에서
이렇게 비정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아이에게는 아무 말도 쉽게 할 수 없었다.
혹시 상처받을까, 혹시 스스로를 탓하고 있을까,
아빠로서 마음 한켠이 더 저릿했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아마도 지금 세상의 냉혹함을 배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를 되뇌며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라
더더욱 속이 상하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만 커져간다.

아빠의 마음은 늘 그렇다.
아이의 아픔은 곧 내 아픔이고, 아이의 고민은 내 가슴에 새겨진다.
그러나 이 경험이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를,
그리고 다시 한 번 좋은 기회가 찾아오기를,
조용히, 그리고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