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새해가 다가온다.
여느 해와 다르지 않게, 달력의 마지막 장은 조용히 말한다.
“올해는 어땠나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솔직히 말한다.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금연을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몇 번의 새벽을 지나면 다시 담배에 손이 가 있었다.
술은 줄이겠다고 마음먹어도, 어느 순간 잔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운동은 매년 슬쩍 새해 계획에 끼워 넣지만, 헬스장 회원권은 유효기간만 충실히 채운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이제 익숙한 자기고백처럼 반복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작심삼일도 자꾸 반복하면 결국 습관이 된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작은 결심들이 모여 일 년이 되고, 그 일년이 모여 결국 변화가 된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작심삼일은 희망의 언어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언어다.
삼일 동안은 괜찮다.
마음이 뜨겁고,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숨이 조금 더 깊어진다.
‘이번에는 될지도 모른다’는 감정이 나를 밀어준다.
하지만 넷째 날이 되면 일상의 무게가 다시 등을 눌러온다.
회의 일정, 끝나지 않는 일, 피곤함, 약속, 별것 아닌 이유들이
내 결심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너무도 능숙하다.
작심삼일이 실패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왜 이렇게 약할까.
왜 이렇게 마음이 흔들릴까.
왜 다른 사람들처럼 ‘해내는 사람’이 되지 못할까.
세상은 의지가 강한 사람을 칭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박수를 주지만
나는 수없이 포기했고,
수없이 다시 시작했고,
그러다 또 수없이 실패했다.
어떤 날은 이렇게 생각했다.
‘작심삼일이 문제가 아니라,
작심삼일조차 지키지 못하는 내가 문제다.’
그게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성공하지 못한 것보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마음이 더 아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금연을 실패했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려 했고
운동을 끊었다가도 어느 날 다시 운동화를 꺼냈고
금주에 실패했지만 한동안은 성공하기도 했다.
작심삼일은 내게 스트레스였지만,
뒤돌아보면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의 결심이 강하지만,
나에게는 여러 번의 결심이 필요할 뿐이다.
그게 잘못일까?
아니, 그건 단지 나의 속도일 뿐이다.
새해가 다시 다가온다.
이번에도 나는 결심을 할 것이다.
아마 또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건
거창한 결심을 단 한 번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구겨진 마음을 다시 펴고,
부러진 의지를 다시 조립하고,
사흘짜리 의지라도 다시 불러내는 일의 반복인지 모른다.
작심삼일은
나를 괴롭히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작심삼일이라도 좋다.
삼일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건 아직 나의 삶이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