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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고래 Jun 14. 2021

5월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는 그것은 , 그 사랑.

꽃이불의 주인공 아홉 살 딸. ©꽃고래



지렁이 한 마리가 말라죽어있었다.

나는 딸들에게 지렁이 부고 소식을 알리고,

평소처럼 앞서 걸어갔다.

지렁이의 죽음 정도는 쉽게 잊었다.

딸들과 함께  아이스크림 7,400원어치 사고 돌아왔다.

꽃도 한 묶음 샀다.


아까 그 자리.

달라져 있었다.

지렁이는 고운 꽃 이불을 덮고 있었다.

철쭉 두 송이가 그림처럼 지렁이를 안았다.

죽음과 삶의 공존. ©꽃고래


우리가 그 지렁이를 보고 뒤돌아선 호흡 같은 시간.

딸은 곧장 엄마를 따라가지 않고,

작은 손으로 꽃잎 두어 장을 따서

이미 껍질만 남은 지렁이의 몸을 덮어주었던 것이다.


엄마의 허공에 떠도는 한낱 가벼운 연민에

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연대와 사랑으로 미물을 아꼈던 것이다.


소명을 다하고 버려진 죽음에

격려하고 위로하였던 것이다.

그것은 아이에게 매우 자연스러웠다.

  

100분 토론에서 이수정은 인간의 성악설을,

오영은은 성선설을 주장했다는데.

가끔 성선설이 맞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고 사랑을 표현한다.”

_(89p) 은유, <쓰기의 말들>


#5월의눈부신딸들




수고로움 레시피


*

대충 막 하지만 이상하게 맛있는 이주부 밥상



(※참고: 기본 베이스 양념이 다 맛있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맛이 납니다. 집된장과 국간장은 한살림 선생님들 따라가서 일손 거둔 거밖에 없지만 직접 만든 것들이라 훌륭합니다. 대부분 유기농 재료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빠의 건강 때문에 현미밥이 대부분입니다. 정확한 계량은 하지 않는 편이어서 맛이 뒤죽박죽입니다. 빠른 시간에 후다닥 차리는 게 특징입니다. 따라 하지 마세요. ><)


매실장아찌를 곁들인 밥상 ©꽃고래
시모님이 제주에서 보내주신 갈치로 한상. 오랜만에 갈치파티. 물김치는 엄마표. 이 모두가 사랑이다. ©꽃고래

<매실장아찌>

매실의 계절이다.

부모님은 직접 농사지은 매실을 한아름 따서 매년 매실액을 담그신다.

깨끗이 씻은 매실을 일일이 갈라 씨를 빼고, 설탕을 자작하게 부어 놓는다.

매실액은 요리에 쓰거나 탄산수에 타서 먹고,

매실과육은 그대로 고기나 밑반찬으로 함께 먹는다.

오독오독 씹는 맛이 일품.


<갈치조림>

1. 무와 감자를 두껍게 썰어 팬에 깐다.

2. 고춧가루, 고추장, 생강즙, 간마늘, 국간장 혹은 액젓, 매실액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 무와 감자 위에 갈치를 올리고, 양념장과 다싯물을 자작하게 부어 끓인다.

4. 감자가 반 정도 익으면 파와 고추를 올려 다시 끓인다.

5. 감자가 익으면 완성. 깨를 뿌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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