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가 경쟁사보다 우리를 먼저 찾게하는 방법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이 이제 6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매년 수백 개의 국내 기업들이 이 무대에 도전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시회 참가 이후 실질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2년간 다양한 기관의 CES 한국관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이런 아쉬움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좋은 제품력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전략적 준비 부족으로 인해 소중한 기회를 놓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CES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닙니다. 참가기업들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려면 '그냥 참가'가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CES 2026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5가지 핵심 과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귀사는 왜 CES에 나가는 것입니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기업이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브랜드 알리기, 투자 유치, 신기술 홍보, 유통업체 발굴 등 목적에 따라 준비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목적이 애매하면 준비도 산만해지고, 성과를 평가하기도 어려워집니다.
CES 준비의 첫 단추는 바로 '우리가 이 전시회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CES 현장에서 "혹시나" 하며 좋은 바이어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경우는 정말 드뭅니다. 제대로 된 상담을 하려면 사전 준비가 필수입니다.
CES는 미리 앱을 통해서 바이어와 셀러를 AI로 매칭해 주는 추천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사전에 원하는 바이어 및 CES 참가업체는 물론, 심지어 연사들과도 소통이 가능합니다. 작년에 현장에서 만난 바이어들도 이메일과 링크드인을 통해 다시 만날 것을 제안해야 합니다.
실제로 프랑스 국가관인 La French Tech는 사전에 미팅 약속이 안되어 있으면 아예 만나주지도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운영됩니다. 이처럼 글로벌 수준에서는 사전 준비된 미팅이 기본 원칙입니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나는 것보다 미리 약속을 잡고 준비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계약 성공률을 훨씬 높입니다.
CES 현장을 다니며 제일 안타까운 것이 하루 종일, 3-4일 내내 부스 안에만 머물며 오지 않는 방문객을 기다리는 기업들입니다. 부스 안에만 앉아있는 기업은 CES의 절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CES는 단순한 부스 전시를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비즈니스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CES는 참가기업들에게 부스를 벗어나 전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첫째, CES 어워드에 출품하면 글로벌 언론과 바이어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 혁신상 수상 제품은 별도의 어워드 존에 전시되어 경쟁사보다 먼저 노출되는 기회를 잡게 됩니다.
둘째,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면 기술 리더십을 어필하고 업계 내 영향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회사 인지도가 낮을수록 무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부스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몇 배의 브랜딩 효과가 있습니다. 어워드와 콘퍼런스 발표 신청은 8월이 마감입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빨리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자체 기업 행사나 VIP 초청 이벤트를 개최하면 부스 밖에서 추가적인 세일즈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발표하는 기업이라면 부스에서 직접 공개하는 것보다 별도의 고객 초청행사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기술 보안 차원에서도 더욱 유리합니다.
넷째, 현장에서 MOU 체결 세리모니를 진행하면 브랜드 신뢰도와 화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CES 이후 콘텐츠로 남아 1년 내내 마케팅의 재료가 됩니다. 부스는 시작일 뿐이고, 부스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진짜 게임 체인저인 것입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CES에서 기술력 어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바이어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바이어들은 현지 시장의 가격 정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합니다. 또한 판매 지원과 마케팅 지원 체계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A/S와 기술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도 확인하려고 합니다. 물류와 유통 전략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 문의합니다.
현지화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상담 테이블에 앉으면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렵습니다. CES 참가 전에 바이어의 질문에 대한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CES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기회들이 전시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후속 작업 없이는 아무리 좋은 바이어 리드도 그냥 연락처 하나로 끝나버립니다.
무엇보다 상담 결과를 성공사례로 스토리텔링해서 콘텐츠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이런 콘텐츠를 확산시키면 추가적인 세일즈 기회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리드들을 실제 계약 단계로 전환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후속 관리가 필요한 것입니다.
CES 2026 준비가 이미 시작된 지금, 참가기업과 운영기관, 그리고 파트너사들이 이 전략적 관점을 공유하고 함께 실행해 나간다면 한국관은 이번 CES에서 한층 더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준비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참가를 넘어 성과로 연결될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번 CES 2026, 함께 제대로 준비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