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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주 David Lee May 28. 2017

컨벤션센터, Dream Lab이 되어야 한다.

컨벤션센터의 마케팅

이가 돌아왔다. 갑자기 '만남'을 외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신곡 가사 중 일부였다. 문득 '그래, 나도 10여 년 전부터 '만남'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10여 년 전 처음 MICE와 관련된 일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품어왔던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왜 MICE란 비슷하지도 않은 글자들을 합쳐 놓았을까?

MICE업의 본질은 '만남'이다.

MICE는 Meeting, Incentive Tour, Convention, Exhibition 또는 Event의 약자이다. 그러나 미팅, 투어, 회의, 전시 또는 이벤트를 하나로 묶어서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속시원히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교수들도, 전시업을 하는 사람들도 그냥저냥 다 비슷한 행사이기 때문에 합쳐서 부르는 말이라고 했다.

역시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MICE는 본질적으로 A와 B가 만나야만 이루어지는 업(業)이다. 사람과 사람이, 제품과 기술이, 현재와 미래가 만나는 일, 그리고 그런 만남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내는 것이 MICE인 것이다. 그리고 컨벤션센터는 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자 무대로서 존재한다.

MICE는 Culture와 융합한다.

10년간 킨텍스에서, 그리고 3년간 창업한 회사에서 전시를 하였다. 그리고 산업전시와 문화전시가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 지를 몸소 체험하였는데, 그 내용은 아래의 링크 글을 통해 밝힌 바 있다.

http://blog.naver.com/akeiblog/220752962660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MICE는 Hospitality라는 '환대'와 '관광'을 흡수하여 결국 '문화'와 만나게 되어있다. 전시회를 보러 오는 참관객은 낮에는 바이어이지만, 밤이 되면 그 지역을  즐기는 관광객이 되며, 결국은 그 도시적 특수성을 느끼고 싶은 문화적 욕구에 휩싸이게 되기 때문이다.

MICE는 결국 문화와 융합된다.



국내 컨벤션센터 - 문화를 담지 못하는 딱딱한 창고로 남을 것인가?

컨벤션센터는 거의 모든 형태의 행사를 치뤄내기 위한 장소로서 존재한다. 회의, 전시, 이벤트, 공연 등 성격은 다르지만 모든 행사는 '만남'을 그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컨벤션센터는 만나기 좋아야 한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이, 제품과 기술이, 그리고 현재와 미래가 만나기 좋아야만 컨벤션센터는 그 존재의 역할을 다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컨벤션센터는 지난 10여 년간 양적 확대만을 추구한 나머지 획일화된 형태와 성격을 띠고 다양한 형태의 만남을 수용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일단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라는 확증되지 않은 낭설 가운데서 한국은 우리나라 GDP를 훨씬 능가하는, 축구장 수백 개를 모아놓은 것과 같은 컨벤션센터를 가지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컨벤션센터는 초기의 전시나 회의를 넘어 이젠 체육경기나 콘서트, 그리고 아트쇼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적 행사까지도 수용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전시장 가동률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유치하는 차원이 아니라, 결국 그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문화적 어메니티의 공간으로 컨벤션센터는 진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컨벤션센터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된 미술전이나 아트쇼를 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미술전이나 아트쇼를 위해서는 항온항습 시설이 필수적이지만, 국내 컨벤션센터 중 단 한 곳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 공연이나 체육시설도 마찬가지로 그때그때 필요한 장치를 가변적으로 설치 해체하여 쓸 뿐, 싱가포르이나 해외처럼 아레나 시설을 갖춘 곳 역시 전무하다.

더구나, 우리의 컨벤션센터 직원들은 1년 365일 축제와 이벤트에 파묻혀 살면서도, 불행하게도 어느 누구 하나 행복하다거나 즐겁다는 감정보다는 힘들고 지치고 회사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어찌 보면 굉장히 자기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3280953001&code=940100


과거 2년간 킨텍스에서 노조위원장으로 일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나 스스로 노조위원장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역할을 하였지만, 같은 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을 당할 때마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에 대한 끊임없는 자문과 나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미래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컨벤션센터가, 또는 MICE 업계가 과연 스스로에게 미래를 꿈꿀 수 있고 관광과 문화를 넘나드는 화두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컨벤션센터 - 꿈을 연구하는 Dream Lab으로 발전해야.

전시회이건, 회의건, 또는 정당의 정치 이벤트이건, 모든 만남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미래는 곧 꿈이며, 그 꿈을 한 발 앞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컨벤션센터이다. 따라서 컨벤션센터의 대표는, 그리고 직원들은 모두 꿈을 연구하는 드림랩(Dream Lab)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컨벤션센터의 미래 - 꿈을 연구하는 Dream Lab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자동차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우리가 꿈꾸는 은퇴 후 삶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우리가 그리는 공작기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등, 어떤 컨벤션이나 전시회를 기획 하든지 간에 우리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그 이벤트에 투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이 꿈을 꿀 수 있어야 하고, 컨벤션센터는 그 꿈을 담아낼 그릇으로, 플랫폼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또 지역과 연계할지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고속도로의 휴게소로서, 컨벤션센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컨벤션센터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20위권으로 도약하고 있다. 코엑스도, 킨텍스도, 벡스코도, 그리고 새로 지어질 잠실의 베뉴나 또 다른 곳의 컨벤션센터 역시 국제 수준을 꿈꾼다. 그렇다면 실제 주소지는 그 지역을 땅에 딛고 있더라도, 최소한 명함 한 구석에는 '지구시 아시아로 20번지. 킨텍스'와 같은 주소를 집어넣어 세계의 손님을 우리 집으로 맞을 준비를 하여야 한다. 여전히 전시장이 가동률이나 수익성에 발목이 잡혀있다면, 애초부터 전시장이 아니라 생산공장을 지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집에 3-4일 머물다 가는 손님을 위해 집뿐만이 아니라 동네 맛집에서 저녁도 먹고 근처 공원 산책이라도 같이 하여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듯이, 전 세계에서 우리 컨벤션센터로 오는 지구촌 손님들에게 비단 전시장뿐 아니라 그 지역에서, 도시에서 무엇인가 추억을 만들어 줄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렇게 손님을 맞이하는데 자연스레 제 발로 찾아오지 않을 바이어나 관광객이 어디 있겠는가.

컨벤션센터가 드림랩(Dream Lab.)으로서 꿈을 연구하고 실천하면, MICE의 국제화, 또는 관광과 문화의 융합은 말로만이 아니라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꿈을 꾸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창의적 용기에 아낌없는 지원을 다해야 한다.


VMC (Venue Marketing Consulting) 대표

 -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등에서 Venue(박물관,미술관, 컨벤션센터 등) 마케팅 및 중소기업의 전시마케팅을 강의하고 있다.

 - 킨텍스 1기로 입사, 10년간 전시장 운영과 전시회 유치, 기획 업무를 하고 퇴사하였다. 그 후 창업하여 '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 전시회로 중국 관광객 11만 명을 유치하였다.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미래 전시 어드벤처' 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 서강대 경영학과와 핀란드 헬싱키 MBA를 졸업하였다.


페이스북 '이형주의 전시마케팅'

www.facebook.com/tradeshowsmark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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