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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현 Jul 18. 2018

그들은 왜 노인모델을 쓰기 시작했는가?

그레이네상스

얼마 전 기사 하나가 많이 회자되었다.

"나이 그게 뭔데? 산업 지도 바꾸는 그레이네상스"

기사 내용은 사실 뻔하다. 여러분 고령화 시대가 왔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경제력도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시장판도가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놀랍죠?? 놀랍기는... 그동안 실버시장, 시니어 시장, 액티브 시니어 하면서 무수히 많이 나왔던 기사 내용이었다. 그저 기존에 있는 시장을 그레이 네상스라는 새로운 단어를 써가며 포장한 것이다.

다만 이 기사에 관심이 생긴 지점은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한  "그레이 모델(노인, 중년 모델)"이었다.

감사했다. 왜? 정부지원사업, 투자 등 내 이야기를 전달할 때 다들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을 이제는 다들 공감해줄 수 도 있겠다 하는 희망이 생겨서..


그레이 모델을 기피했던 과거


그동안 패션업을 비롯한 대부분 업계에서 그레이 모델을 쓰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심지어 해당 브랜드의 타깃이 50대, 60대 일지 언정 모델은 젊고, 예쁘고, 멋진 연예인을 브랜드 모델로 기용해왔다. 이유는 그래야

브랜드가 젊어 보이니까? 연예인이니까? 아 정우성 정도는 써줘야 회장님이 좋아하시니까? 정도일 것이다.

중장년 남성이 주로 찾는 웰메이드의 모델 정우성

럭셔리 브랜드 그레이 모델 기용하기 시작

2017년 미국 전체 소비시장의 43%를 60~70세대가 차지했다. 20~30이 13% 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

50 60이 시장의 큰 손이 되면서 럭셔리 브랜드가 그레이 모델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돌체앤가바나 - young & old
랑방
셀린느- 존디디온
생로랑-미첼

에트로- 아저씨 모델



영캐주얼 브랜드도 그레이 모델을..?

럭셔리 브랜드는 돈 많은 중년, 노년층이 주요 소비자일 수 있으니 노인모델을 쓴다고 치지만

10~20을 메인 타깃으로 하는 캐주얼, 스트리트 브랜드까지 아저씨, 아줌마, 할아버지, 할머니 모델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 번째로 노인모델이 신선한 콘텐츠이다.  

두 번째로 나이 중심의 시장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패션업계의 흐름


린슬 레이터 교수는 뉴욕 포드햄 대학교 교수이다. 패션학과? 아니다. 사회복지학과이다.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당연히 패션업계 관계자라고 생각한 포토그래퍼가 그녀를 사진기에 담았다,

바이럴이 됐고, 순식간에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그 후 발렌티노, 유니클로, 최근 망고의 브랜드 모델이 됐다.

현재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블로그 이름이 독특하다. https://www.accidentalicon.com/

어시덴탈아이콘ㅋㅋㅋㅋ 이 누나 센스 있다.

린슬레이터 교수

패션계의 이단아 베트멍.

노인모델만 쓰는 것이 아니라 노인모델, 아저씨, 젊은 모델 사이에 녹였다.

(그나저나 쇼.. 미쳤다. 베트멍의 옷을 살일은 내 평생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베트멍의 프레젠테이션은 내 평생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내 두 눈으로)

베트멍 모델들
베트멍 모델 & 쇼
베트멍

영캐주얼 브랜드 대명사 아메리칸 어패럴(응요즘사실안좋아)

아메리칸 어패럴


뉴발란스 모델 - 닉우스터(왼), 타카히로 키노시타(오)





노인모델 에이전시


이 쯤되면 에이전시가 생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국에 그레이 모델 에이전시, 러시아에 00가 있다.

두 에이전시가 하는 작업을 보면 시니어, 실버를 위한 요양원, 요실금, 돋보기 브랜드 작업이 아니다. 다 팬시 하고, 영한 의류, 잡화 등의 화보 및 영상 촬영이다. 쑈에서는 것보다는 주로 사진 및 영상 모델로 활동한다.


영국 그레이 모델 에이전시    http://www.greymodelagency.com/

러시아 oldushka http://oldushka.tilda.ws/



그레이 패션 콘텐츠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모델, 셀럽 중심 그레이 패션 콘텐츠가 점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기 시작했다.


그 출발은 유일무이한 그레이 패션 블로그 advanced style

뉴욕을 베이스로 패셔너블한 노인들의 패션을 담는 블로그이다. 사실 내 기준에서 패셔너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 못하고, 개성 넘치는 뉴욕 노인들의 패션 스타일을 담는 것에 가깝다.

어드밴스드 스타일은 그 간의 이야기를 엮어 2권의 화보집을 발간했다. 도쿄에 여행 갔을 당시 츠타야에서도 어드밴스드 스타일을 발견했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발간되고 있지 않다, 이어서 다큐멘터리도 찍었다. 최근에는 티셔츠를 팔기 시작하는 등 커머스로 진화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멋쟁이 할아버지들의 사진만 모아놓은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본인이 찍은 사진도 있고, 리 그램 하는 사진, 제보받은 사진을 올린다.  

팔로워 수는 2.3만 수준.




그레이 인플루언서의 등장.


콘텐츠가 생산되고 블로그 , 웹사이트, SNS를 타고 전파되기 시작하면서 평범했던 아저씨가, 할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알리 할아버지 86세, 자기 집 주변에 거주하던 포토그래퍼의 제안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일본 북부 아키타현의 노부부

2016년 12월부터 결혼 37주년을 기념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3개월 만에 17만 명의 팔로워를 만들었다.

현재는 76만, 라쿠텐에서 옷을 팔고 있다.


이외에도 104세 할아버지라는 루머가 돌았던 독일의 할아버지. 유럽을 베이스로 사업을 하고 있는
퍼스널 스타일링 앱 아우 피터리 모델이 되기도 했다.


중국의 모델 할아버지, 연기자 출신이며 꾸준히 관리해서 빛을 본 케이스이다. 최근 리복 광고모델로도

활동했다.


중국 87세 할아버지,
손자와 사진을 찍기 시작해서 화제가 된 케이스

비포어
에프터




그레이(중년) 패션 콘텐츠 인사이트 정리


그레이(중년) 패션 콘텐츠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패션 문화, 콘텐츠의 흐름이 젊은 층의 그것과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GD -> 무신사, 스쉐 등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연예인, 셀럽 중심에서 커뮤니티로(블로그) 커뮤니티에서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등장으로


2. 그레이 패션 콘텐츠는 젊고, 힙해야 한다. 젊은 세대를 타깃 해야 한다.

현재 바이럴 되고 있는 채널은 결국 온라인이다. 블로그, 커뮤니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콘텐츠 소비 주체가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그들에 맞는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 건강 팔찌, 옥장판 광고에 노인모델이 쓰는 걸 인스타그램에 뿌린다?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영타깃에게 그레이 패션 콘텐츠를 팔아야 할까?

첫 번째는 당연히 현재 영 타깃 시장에서 먹히고 있는 신선한 콘텐츠라는 점

두 번째, 그 들이 중년 세대와 커뮤니케이션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그레이 패션 콘텐츠가 아직 그레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위와 같은 젊고 힙한 콘텐츠는 지금 이 시기에 중년 세대에게는 지나치게 파격적이다.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하지만 그레이 패션 콘텐츠가 우리 중년 세대가 조금 더 패션, 뷰티, 그루밍에 관심을 갖고, 자신을 꾸밀 용기, 마음을 먹었을 때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꾸미는 중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시선, 그리고 변화에 대한 저항감을 낮춰 줄 것이다. 미래 중년, 노년 패션 그리고 관련 산업을 선점하는 투자 성격의 콘텐츠이다.


4. 콘텐츠 자체 생산 및 배포는 힘들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제 갓 사용하기 시작한 세대의 특성상 아직까지 자유롭게 또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셰어 하고 있지는 못 하다. 그렇다면 그레이 패션 콘텐츠는 어떻게 생산되는가? 당연하게도 만들어진다.

박막례 할머니도 손녀딸과 같이 작업하고, 알리 할아버지도 포토그래퍼를 만났고, 어드밴스드 스타일, 패션 그랜드파 모든 그레이 패션 콘텐츠는 젊은 친구의 기획과 그 둘의 콜라보로 이루어진다.


5. 베트멍 사례처럼 융합되어야 한다. 실버, 시니어, 심지어 그레이라는 키워드도 쓰지 않아야 한다. 그냥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남자고, 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평범한 회사원이 등장하고, 그 옆에는 아저씨, 뒤에는 할머니, 앞에서 할아버지, 대학생이 등장하는 패션쇼.

그레이는 그렇게 우리 삶 속에 조화롭게 섞여야 한다. 탑골공원처럼 그들만의 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콘텐츠가 먼저 aged 중심의 마켓 구조에 금을 낼 것이고, 이어서 프로덕트가 나이 중심 구분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마케팅적으로도 실버, 시니어 전용 특화를 사용하면 성과가 좋지 못할 것이다.

센트룸 앞에 실버를 붙인 실버 센트룸이 폭망 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실버는, 시니어는, 그레이는

자신이 실버, 시니어, 그레이라고 규정받기 싫어한다. 그들은 여전히 멋지고 아름다운 한 남자, 한 여자로 인정받길 원한다. 그래서 섞여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년, 노년 모델이 대세다"라고 하기보다는 "나이 든 모델을 쓰는 데 전혀 어색함이 없는 시대가 됐다". 정도가 더 정확한 분석이다.  인구 50% 이상이 40대 이상이 되어가는 시대에서 이 흐름은 앞으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반짝하는 유행이 아니라 큰 흐름, 파도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있어서 over 50는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이지 즐기는 시기가 아니었다. 내가 나를 꾸며야 할, 내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를 꾸밀 수 있는, 인생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문화가 없다.

그레이 패션 콘텐츠는  over 50 문화 전반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레이 패션 콘텐츠가 그 변화의 모멘텀 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그렇다면 왜 헬로우젠틀이 2014년1월부터 평범한 할아버지를 패션아이콘으로 만들게 됐는지부터 위의 사례를 국내에서 최초로 증명하기 시작했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실패를 하게 됐는지를 적어보도록 하겠다

-실패했던 하지만 다시 칼을 갈고있는 헬로우젠틀 ceo권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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