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색 빛 찰나

by 끌레린

숨길 수 없는 바쁜 욕망들로 가득한 환한 대낮.
낮이 가고 모두 잠든 고요한 까만 밤이 찾아온다.
강한 밝음이 더 어둡고 약한 어둠이 더 안전하다.
활개 치던 욕망의 각성에 지친 나는 휴식과 망각의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욕망은 꿈을 통해 쉬지 않고 또다시 나를 두드린다.
저항은 맥없이 무너진다. 끝나지 않는 욕망의 고단함이 나를 짓누른다.

다시, 날 것 그대로의 욕망들이 각성하는 벌건 대낮의 굴레가 찾아오려 한다.

밤과 낮의 경계에서 검푸른 새벽이 빛을 잠시 유예한다.
새벽은 하루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타인의 욕망에 할퀴어지지 말라고
나를 보듬는다. 어루만진다.
끝나지 않을 고단함 속에 오늘을 견딜 마음을 비운다. 채운다.

새벽은 자아를 성찰하는 귀중한 회색 빛 찰나이다.


[습작노트]
비유와 상징 속에서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삶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

하루종일 시달리다가 밤에 지친 몸을 뉘인 채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낮과 밤의 의미와 그 관계를 반대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낮이야말로 환한 빛으로 가득한 긍정의 시간과 같지만,
어찌보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시간이 아닐까요?

우리는 밤이 되어야 지쳐버린 마음을 비로소 편히 뉘일 수 있으니,
밤이야말로 긍정의 시간암을 새삼 깨닫습니다.

낮과 밤의 역설에 대한 생각은 곧,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완충지대를 찾고 싶은 마음에
새벽을 결론으로 내볼까 하는 생각으로 흘러갔습니다.
최근 시작한 새벽 공부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 까닭일 겁니다.

이 글이 작은 울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낮과밤 #새벽 #완충지대 #쉼의시간 #충전의시간 #낮과밤의역설


*이미지 : PIXABA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