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이해하는 건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는 일
얼마 전 방영했던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주인공 은결은 코다다.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들을 수 있는 아이다.
은결은 우연히 엄마 아빠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몰랐던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다.
은결의 엄마 청아는 선천적 농인으로, 부모님이 이혼한 후 새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새엄마는 원래 청아를 가르치기 위해 입주 교사로 들어왔던 사람이고, 청아의 아빠가 출장을 가면 집을 군림하는 사람이 된다.
그녀는 청아에게 말한다.
“우리 집에서 수화는 금지야! 필요한 게 있으면 말로 해!”
소리가 없는 세계를 상상한다.
감히 내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곳은 외로울 것만 같다.
잠시 방심하면 고독이 짙게 깔릴 것만 같다.
그 ‘방심’의 주체는 농인이 아니다. 농인이 아닌 사람들이다.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그들의 세상은 고립되고 만다.
그런 그들에게 수화는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 같은 것이 아닐까.
‘수화’는 현재 ‘수어’로 개정되었다.
우리가 쓰는 말은 ‘한국어’, 말 그대로 언어다.
수화는 손으로 하는 말이라는 뜻이었을 뿐, 독립된 언어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어 역시 각 나라마다 독립된 체계를 갖추고 있는 언어다.
2016년이 되어서야, 한국 수화 언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어의 언어로 인정받으며 ‘수어’라고 불리게 된다.
한국수어는 아직 연구해나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한다.
그 길에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있는 힘껏 응원을 보내고 싶다.
한국어라고 말할 때 그 안에 한국수어가 있음을 상기하는 사람이고 싶다.
가끔 초등학교에서부터 간단하게라도 수어 교육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조금 더 세상이 따뜻해질 것 같다.
우리라는 말 안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음을 일찍이 이해하는 일은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는 일이 아닐까.
청아는 미래 아들인 은결의 도움으로 수화를 배운다.
세계가 열리고 청아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 청아의 아빠 역시 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사죄의 손길을 내민다.
과거를 바꾼 은결이 다시 현재로 돌아왔을 때, 엄마의 '우리'는 확장되어 있었다.
그 우리라는 세계 안에서 엄마 청아와 아빠 찬은 자기들만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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