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겉핥기 식 여행만

by 리영

어디에 묵을 것인가.

이번 여행은 한 나라를 제대로 여행한다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수도 중심의 여행이다. 더 여유 있고 멋지게 여행하려면 당연히 더 많은 돈과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예전에 바삐 여행할 때마다 다음에는 어디 한 나라만 정해서 느긋하게 있다가 와야지, 언제까지 겉핥기식 여행만 할 것인가 했더랬다. 현실은 언제까지 겉핥기식 여행만 하게 되기 십상이다. 이번에 예상되는 비용으로 한 나라만 가라고 하면 몹시 결정하기 힘들다. 세 나라를 여섯 나라로 늘릴 수는 있어도 한 나라로 줄이지는 못하겠다. 고심이의 여행 깜냥이 그 정도다. 그래도 열심히 재밌게 여행하고 말 테다. (말테다, 라니 여행이 아니라 정복하러 갈 기세군.)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둘러볼 테니 숙소는 도심에 정하는 게 좋겠다. 성수기의 북서유럽은 방문하는 사람이 많다. 도시들의 크기는 작아서 숙소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일찍 예약할수록 유리하다.

고심이네는 늦었다. 얼마나 늦었는지는 숙소 가격을 보고야 알았다. 3인 기준으로 그저 묵을 만한 정도의 호텔 혹은 에어비앤비가 1박에 평균 30~50만원 선이었다. (수도 중심) 이 정도면 우리나라 고급 호텔 수준 아닌가. (아닌가?) 그러나 사진으로 보는 숙소는 비즈니스 호텔이거나 낡은 에어비앤비였다.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이 가장 비쌌고 오슬로, 스톡홀름이 중간, 브뤼셀과 헬싱키가 그 다음이었다. 선뜻 클릭이 되지 않아 몇 번이고 예약 사이트를 닫곤 했다. 다른 여행자들의 후기나 유튜브를 좀 더 찾아보았지만 무지 비싸니 가능하면 일찍 예약하라는 조언이 대부분이었다. 마음먹고 다시 예약 사이트를 열었을 때는 그나마 눈여겨보던 숙소가 사라지고 없었다.

비장한 마음으로 한 도시 한 도시를 점령해갔다. 헉, 흡, 이건 쫌, 아이고, 너무하네, 아 몰라. 탄식들이 절로 나왔다. 결국 평일은 약간 싸게, 주말은 마음에 덜 드는 숙소를 더 비싸게 예약했다. 같은 숙소라도 사정이 생겼을 때 환불 받을 수 있는 옵션과 환불 못 받는 옵션의 가격 차가 크다. 모두 환불불가non-refundable로 결정해 버렸다. 점점 돈에 몸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숙소 예약에 가장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쏟았다. 그만큼 정보와 변수가 많았다. 특히 후기들을 꼼꼼히 읽었다.

2번 트램이 아주 가까워요,

5분 거리에 대형 슈퍼가 있어요,

고즈넉하고 아름답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답니다,

주인과 연락이 안돼요, 러시아에 있대요,

숙소 열쇠를 찾는 일이 숨바꼭질 같아요, 가장 피곤한 날에 하는 숨바꼭질, 등등.

호스트가 사무적으로 올려놓은 안내문에는 보이지 않던 구체적이고 생생한 정보가 있었다. 듣고 싶지 않은 바퀴벌레 소식까지.

가장 중점적으로 본 건, 교통이 편한지와 호스트와 연락이 잘 되는지였다. 그게 만족스러우면 예약했다.


오가는 비행기 편 예약 완료. 나라 간 이동 수단 완료. 묵을 숙소 완료.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늦게 준비했지만 어찌 어찌 여행의 얼개가 갖춰지는 느낌이다. 이제 예정된 날짜에 얼개 안으로 들어가서 신나게 놀면 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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