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새겨진 생존의 리듬
“공황, 저는 한 달 안에 고치는 게 목표예요.”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상담실에 들어선 그는, 조용히 앉아 있기도 힘들어했다.
긴장이 목과 어깨를 조이고, 다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걸 느끼지 못한다.
그저 "언제쯤 좋아질 수 있느냐"를 반복해서 묻는다.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에겐 공통적인 신체의 리듬이 있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반응하고,
빠르게 끝내고 싶어 한다.
이건 단순한 조급함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 몸이 채택한 생존 전략이었다.
빨라야만 살 수 있었던 순간들.
느리면 위험했고, 망설이면 무너졌다.
그렇게 형성된 '속도의 리듬'은,
치유의 순간에도 그 몸을 느려지지 못하게 만든다.
긴박했던 과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치유마저 속도전'이 된다.
빨리 울고, 빨리 털고, 빨리 회복하고 싶다.
그래야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렇게 서두르면
몸은 여전히 생존 모드에 머문다.
아무리 좋은 말과 위로가 주어져도,
몸이 느끼기에 ‘여기는 안전하다’는 신호가 없다면,
치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치유는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다.
그 리듬은 ‘멈춤’과 ‘쉼’, ‘안간힘’과 ‘포기’를 넘나드는 진폭 속에서 만들어진다.
밖의 리듬이 아닌, 안의 리듬을 따라가야 한다.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 끌려가지 않고,
나에게 닻을 내리는 것.
그 닻은 몸 안쪽,
느껴지지 않던 아주 미세한 감각에 닿아 있어야 한다.
그 작은 떨림, 잊혀진 호흡의 리듬에서
비로소 진짜 치유는 시작된다.
이 글은 『치유의 감각』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몸을 타고 흐르는 감정을 따라,
감정과 함께 춤추는 감각을 따라,
당신이 가진 고유의 회복력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상담심리전문가, 작가 안유선 : https://beacons.ai/ahnyoo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