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많은 관식과 애순이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
요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밥벌이를 한다는 것, 가족을 책임진다는 것.’
이 단순한 말의 무게가 요즘처럼 크게 다가온 적이 있었나 싶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그저 살아내기 위해 일한다.
화려한 성공이나 멋진 경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버티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굶기지 않기 위해,
그저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그 고단한 진심이 화면 너머로 와닿아
요즘 따라 마음이 자주 말랑해지고, 자꾸만 울컥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참 많다.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하루를 책임지는 사람들.
내 가족도 그렇다.
남편이 학원 셔틀버스를 몰고,
택배 일을 나가 계절의 뜨거움과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던 시간들.
여름엔 등줄기가 젖고,
겨울엔 손끝이 얼어 감각이 없어도
하루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묵묵히 배달하고, 운전하고, 움직였다.
그 모습을 오래 지켜보니
밥벌이의 가장 큰 가치는
‘누군가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태주 시인은 산문집 『봄이다, 살아보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근근이 먹고 산다, '
이 말을 우리는 지나치게 부끄럽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상 우리는 모두 근근이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안쓰럽고,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람들이다.
비록 근근이 먹고 살지만
마음만은 더욱 너그럽고, 부드럽고, 풍부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길이야말로
물질로 마냥 풍요로운 오늘날
우리가 진짜 잘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말로 다 표현하지 않아도
그 묵묵함이 우리 가족을 하루하루 살아지게 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는 걸.
화려한 타이틀도, 멋진 직업도
가족의 하루를 대신 책임져주진 못한다는 걸.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고
매일의 반복을 견디는 것.
그게 진짜 성공 아닐까.
그리고 또 한 가지.
누구의 삶도 ‘하찮은 삶’은 없다는 것이다.
근근이 버티는 사람들의 하루 속에
가장 진짜 같은 이야기와
가장 뜨거운 마음이 숨어 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하루를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은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의 밥벌이가
당신의 성실함이
당신의 사랑이
누군가의 삶을 살게 하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관식과 애순이, 그리고 김기사님,
오늘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