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운동을 하다가 오래전 기억이 번개처럼 스쳤다.
김창옥 강사의 영상이었다.
https://youtu.be/MqDwCOmfS0 A? si=7 gxzbGftRKjiHfdP
누군가를 위로하며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더라.
“잘 될 거예요. 두려워하지 마요.”
나는 이 말을 13년 전에 직접 들은 적이 있다.
그 시절, 우리는 정말 가난했다. 친정에도 생활비를 드리고 있었고, 나는 7년 다닌 안정적인 직장을 대학원 논문을 쓰기 위해 과감히 그만둔 때였다. 수입은 줄고, 터널 끝은 보이지 않았고, 마음은 늘 불안했다. 남편 김기사는 이제 치킨도 못 사 먹는 거냐고 했다.
그럼에도 공부는 좋았다.
밤새워 고민하고, 조금씩 알아가고, 논문 문장과 데이터를 하나하나 만져보는 그 시간이 나를 살렸다. 행복했다.
그런데 그 행복을 지지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편은 늘 화가 나 있었고, 시어머니는 뭔 공부를 또 하느냐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고, 친정엄마는 나 대신 육아를 감당하느라 고생하고 계셨다.
그 시절 나는 자주 울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공부를 해도 되는 걸까…’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어느 날, 근처 구청에서 김창옥 강사의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침 일찍, 머리도 못 감고 모자 눌러쓰고, 핫핑크 점퍼를 걸치고,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30분을 달려갔다. 맨 앞줄에 앉았다. 1열 직관.
강연은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큰 리액션을 하며 웃었고, 혼자 깔깔거리며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그러자 강사가 갑자기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핫핑크 점퍼 입은 분.
몸매는 장난인데 배는 베들레헴인 아주머니.”
청중들이 웃었고 나도 웃었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문제였다.
그 말이 내 인생의 한 축을 받쳐주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저 아주머니. 저분 가정은 무조건 잘 될 거예요.
저분 아이도 잘 될 거고, 집안이 화목해지고, 앞으로 다 좋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 말이 내 심장에 그대로 박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시 자전거를 타고 땀을 흘리며 울었다.
그 말 하나를 마음 깊숙한 곳에 경처럼 되뇌면서,
잡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버티고 또 버텼다.
그 말이 없었으면 못 지나왔을 순간들이 많았다.
나는 정말로 그 문장 하나를 붙잡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시간은 흘러,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지금은 김기사가 좋아하는 치킨도 한 번씩 시켜 먹고,
좋아하는 회도 가끔 사 먹고,
예전처럼 “치킨도 못 시켜 먹는 거 아니야?” 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다.
딸은 잘 자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정해 열심히, 기쁘게 살고 있다.
얼마나 복되고 감사한 일인가.
어제 다시 그 말을 들었다.
마치 13년 전의 나에게 다시 건네는 듯한 목소리로.
“잘 될 거예요. 두려워하지 마요.”
나는 그 말을 여전히 마음에 지니고 산다.
흔들릴 때마다,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그 말이 조용히 나를 다시 일으킨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잘 될 거라고.
두려워하지 않을 거라고.
그때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렇게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