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주] 한국의 엔터시장 우리는 성장하고 있는

2025년 11월 5번째주

by 최정우

[아래는 제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인 Balanced의 내용입니다. 매주 월요일날 오전에 발송한 이후 1주 늦게 브런치에 올립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다음주소로 오시면 됩니다 https://balanced.stibee.com

케데헌의 성공은 정말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던것 같습니다. 저는 당연히 제목만 보고 패스를 했고, 제 주위에 많은 이들이 비슷한 패턴으로 행동했습니다. 그래서 케데헌이 성공한 이후에 그들에게 용비어천가를 날리면서 해석하는 많은 분들을 보고 좀 당황하긴 했습니다. 이걸 정말 처음부터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고?


늙은 덕후가 바라보는 케데헌

저는 제 나이떄의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덕후라는 개념이 생겨난 초창기의 인간인 셈입니다. 게다가 일본 애니 혹은 드라마가 아니어도 덕후들이라면 갖춰야할 모든 콘텐츠에 대한 집착 또한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당연하게도 한국의 콘텐츠에 대한 응원은 있었지만, 기대는 없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모든 문화의 성장에는 창작자와 산업의 인프라가 중요한데, 한국은 둘다 열악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입니다.


창작자가 성공하려면 창작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야 되는데 우리나라의 산업 환경상 그렇지 못했기 떄문입니다. 그리고 문화의 흐름이라는 순서상 뭔가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요소들이 많아야 하는데 (흔히 말하는 힙함) 미국-일본을 거쳐온 문화의 흐름에서 우리나라는 한참을 뒤져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하에서 케데헌의 성공을 예측한다? 쉽지 않습니다. 일단 제목에 K-POP이라고 쓰여진 문구를 보자마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야 순서에 맞죠.


그렇지만, 케데헌은 이런 늙은 덕후들의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 했고, 이제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케데헌이 성장했으니 한국의 콘텐츠 시장과 엔터 시장은 성공하는 길만 남았을까요?


한국 문화의 인기, 거품인가?

많은 사람들이 용비어천가를 부를떄 뒤에서 삐딱한 시선으로 상황을 관조하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하면 뭔가 쿨해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저런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케데헌의 성장과 BTS, 그리고 연이은 KPOP 아이돌들의 성공과 세계 문화로의 확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저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면 이러다가 거품스러운 상황으로 반짝하고 사라질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몇차례 거품을 경험한바 있습니다. 웹버블, 모바일버블, 메타버스 버블..뭐 누구나 다 겪었던 일이지만, 중요한것은 이러한 거품으로 인한 후폭풍에 대한 기억들을 유지하고 있는가 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잊었을지 몰라도 저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거든요. 날라간 투자금과 버블로 인하여 고용되었다가 해고된 사람들, 파산된 회사와 없어진 시간들까지 말이죠. 그래서 저는 부디 이 사태가 거품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과도한 기대와 인과관계가 틀어진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살짝 긴장이 됩니다. 예를들어 케데헌의 성장으로 인한 한국 엔터계의 성장과 같은 이야기들 말이죠. 케데헌에서 나온 주인공들이 KPOP 아이돌인것과 한국 엔터계의 성장의 인과관계가 그리 깊지 않을텐데 우리는 벌써부터 과도한 성공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엔터계에 몸담으면서 다양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판매활동들, 기업들,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활동을 볼떄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흔히 말하는 혁신, 고도의 성장, 글로벌 이런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이 아닌 진정한 변화 말이죠. 한국의 문화가 좀더 길게 롱런하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고, 구성원들은 체계적인 방법으로 보상을 받으며, 엄청난 리스크를 지고 회사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변화말입니다.


문화의 흐름은 길고 깊고, 물이 번지듯이

케데헌과 오징어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서 한국의 기업이 돈을 버는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의 기업이 일부 돈을 벌었다고 해서 문화적인 성공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죠. 중요한것은 인프라입니다. 순환의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한두 회사의 결정이 아닌 전반적인 인프라를 구성하는 체계가 중요합니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그것이 한국의 콘텐츠, 한국의 엔터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문화의 흐름이 좀더 길고 깊게 가야합니다. 피상적으로 보이는 몇가지 사실만으로 우리가 성공하고 있고, 세상사람들은 우리에게 모두 관심이 있다고 말하는것은 너무나 성급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경제 환경은 더욱 악회되고 있고, 정치적인 갈등은 지속되고 있으며, 젊은이들을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게 문화의 흐름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상관이 있습니다. 케데헌이 주는 메세지, 오징어 게임의 신선함, 한국 문화가 주는 힙함은 밝고 긍정적인 성공과 성취, 그리고 개방적인 자세에서 나오기 떄문입니다. 어려워지는 경제 환경과 우울한 기운이 만들어내는 포기의 자세에서 과연 문화의 힘이 나올까요? 일본이 버블 이후 경제침체를 맞이한 상황에서도 그들은 경제적으로 대박을 내는 섹터를 가지고 갔습니다. 게임, 만화와 같은 비주류 문화들은 여전히 그들이 세계를 지배했고, 장기 침체의 기운 속에서도 오사카 도톤보리에는 사람이 넘쳐났습니다. 그렇게 그들만의 색으로 수십년을 전세계에 자신의 브랜드를 알렸습니다.


저는 한국의 문화가 전세계로 넓게 퍼지기를 바라는 사람이고 엔터계도 크고 긍정적인 변화가 오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중요한것은 쓸데없는 문화 정책 한두가지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전반적인 변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두 같이 성장하기 위해서 협력하는 모습들과, 어른이 어른답게 성장하는 모습들, 그리고 창작자들이 돈을 벌고 성장할수 있게 도와주는 인프라등 말이죠. 기본으로 돌아가서 문화의 흐름을 끌어가는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엔터계와 콘텐츠 업계가 성장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Back to the basic.

작가의 이전글[11월 3주]김부장은 어떻게 리더가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