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tgrim Mar 11. 2018

당신,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단단한 재료를 밖에서 안으로 깎아서 만드는 걸 조각(彫刻, carving)이라고 하고, 찰흙과 같이 부드러운 재료를 안에서 밖으로 붙여가며 만드는 건 소조(塑造, modeling)라고 한다. 이 두 기법을 합쳐 “조소(彫塑, sculpture)”라고 부른다. 조소는 2차원 평면을 떠나 3차원 공간을 이루며 작품이 되는 조형예술의 한 유형이다.


가만히 보면 우리 사람도 조소 작품을 닮았다. 단단한 부분을 조금씩 깎아가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하나의 중심점을 축으로 조금씩 배움을 붙여가며 성장하기도 한다.


 돌처럼 단단한 자아를 도무지 깨고 싶지 않았던 사람도 살면서 이런저런 사건과 사람, 일들을 겪으며 부서지고 마모되어 간다. 아프게 떨어져 나간 자신의 한 부분을 아쉬워할 틈 없이 어느새 깎이고 깎여지는 과정에서 조금씩 새로운 자기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 사람은 너무 딱딱해. 너무 여유가 없어”라는 타인의 비판은 견고한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끌과 정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더불어 쌓여가는 세월을 지층처럼 껴안은 채 삶의 경험들을 파도로 맞으며 모서리가 점차 둥글고 부드럽게 다듬어지는 사람. 이 사람은 훌륭한 조각 작품이 된다.


 태생적으로 유난히 유약한 심성을 가진 사람은 소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세워 둔 가늘고 긴 심봉을 닮아 있다. 문제없이 서 있기는 하지만 가늘고 외로운 꼿꼿함만으로 겨우 버티는 사람이다. “아니 그러지 좀 말고 여기에 이것 좀 붙여보면 어떨까? 괜찮을 거야”라며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삶의 여러 사건들이 조금씩, 이런저런 “찰흙 덩어리”가 심봉에 붙게 된다. 간혹 성급히 붙여둔 흙덩어리가 툭 떨어질 때도 있지만, 노끈이 있어 또 단단히 심봉을 감고 올리면 이전보다 더 튼튼해진다. 충분한 기초 덩어리를 확보한 후 조금씩 여기저기를 다듬어가면서 머리카락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되어 가는 이 사람도 훌륭한 소조 작품이다.
 
 깎아내는 조각도 흙을 붙여나가는 소조도 둘 다 작품이다. 다만 재료가 달랐고, 기법이 달랐을 뿐, 두 작품 모두 조소 작품이며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기질적으로 강하고 딱딱했던 사람도 스스로를 깎아내야 하고, 선천적으로 약하고 불안한 사람도 살을 붙이고 묶어가면서 자신을 세워 나갈 수 있다.
 
 살면서 때로는 마음을 비워내야 할 때도 있고, 위로와 사랑으로 붙여 나가야 할 때도 있다. 깎아 내기도 해야 하고 붙여 나가기도 해야 하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일이다.
 
 오늘, 내 모습. 깎아 낼까, 붙여 나가 볼까?
 그렇게 자신을 만들어 가는 당신은 이미 아름다운 작품이다.




당신, 이미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멜로망스. '걸작품'
https://youtu.be/gCGCcJfXs8s

작가의 이전글 내 딸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딸들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