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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May 16. 2018

아름다움의 기원

- 닮은 꼴의 비밀

1. 주먹도끼  

지금 우리의 DNA와 거의 동일한 DNA를 가졌던 180만 년 전에 살았던 어떤 사람이 직접 만들었을 주먹도끼다. 실제로 도끼처럼 사냥에 쓰기도 했고 칼처럼 이용하기도 했으며, 또는 “짝찟기”를 위해 실력 발휘용으로 “일부러 만든” 물건일 수도 있다. 1999년 스티븐 미슨과 마렉 콘은 길이 40cm에 약 3kg나 나가는 거대 돌도끼를 보면서 ‘섹시한 손도끼 가설(Sexy Handaxe Hypothesis)’을 설명했다. 지구 상의 동물들 중 대부분은 수컷이 더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서” 구애를 하는 것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예쁘다”는 말은 여자들에게만 쓴다고 생각했다면 오해.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의 열망은 본능에 가까웠다. 먼 옛날 동굴에서 살던 최초의 인류도 애써 물건을 남겼으니까. 그것들을 우리는 지금 “작품”이라고 부른다. 미술사를 배우는 첫 페이지에 첫 작품이 “주먹도끼”다.


2. 다이아몬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컬리넌(Cullinan) 다이아몬드는 약 4,500억 원이다. 한 개인이 평생 일하면서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서는 결코 저 다이아몬드를 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으로나마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보면서 우리는 “아, 예쁘다!”며 감탄하는 일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왼쪽에 있는 연천 전곡리에서 출토된 주먹도끼를 닮은 거대 다이아몬드는 과연 비싸서 아름다운가? 그럴 리가. 영화 나오는 여자 배우를 보며 “아, 예쁘다!”하고 말하는 것하고 같을 뿐이다. 우리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많은 것들이 사실 좌우가 똑같은 “대칭”의 형태를 지녔다. 우리 눈은 그것을 “아름답다”라고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3. 물방울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도 물방울이 중력의 힘으로 땅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의 이 모습은 똑같다. 반으로 접었다 펴도 좌우가 똑같은 물방울이다. 우리와 "닮은" DNA를 가졌던 원시 인류가 살았던 시대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부터 물방울은 이와 똑같은 모양이다. 이것이 자연(Nature)이다. 자연이 보여주는 온갖 모양들, 모습들, 색깔들, 느낌들을 동물도, 사람도 닮고 싶어 한다. 그것이 “아, 예쁘다!”라고 외치는 근거가 된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Seneca)가 했던 말,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미메시스, mimēsis) 개념이 서양 예술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나와 당신, 우리는 누구를 닮았나?

당연히 당장은 엄마 아니면 아빠를 닮았다. 그렇게 “모방”된 모습으로 태어난 사람 한 명 한 명이 작품이다. 완벽한 대칭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갈고 떼어낸 석기시대의 주먹도끼처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가격의 컬리넌 다이아몬드처럼, 천고부터 똑같은 모양으로 땅으로 떨어지는 하나의 물방울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자연의 “작품”이다.


당신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Joe Cocker - You Are So Beautiful

https://youtu.be/WvAr9umnZ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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