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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grim May 28. 2019

겨드랑이털과 여성성

- 제모된 여성 누드화의 역사

며칠  아티스티 사이트에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페미니즘적인 관점으로 미술사를 소개하는 아티스티의 미술사 필진줄리아 워코프(Julia Wolkoff)  “여성 체모에 대한 금기의 미술사 (The Taboo History of Women’s Body Hair in Art)”라는 글이다그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계 제모 시장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면서 서양 미술의 역사 속에 드러난 여성 신체 묘사에서 줄곧 ‘제모 역사가 지배적이었음을 추적한다세계적 면도기 제조업체 질레트의 여성 면도기가 ‘비너스(Venus)’ 이름을 가질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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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비너스’ 대리석 조각상은 여성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칭송되었다인간 신체의 비율을 늘리고 뒤틀어서라도 육체의 ‘이상미 찾고자 했던 시도로서도조각상의 기법으로서도 비효율적인 음부  겨드랑이 털은 당연히 제거되어야 했다이것이 출발이었던 것인지, 칸트가 지적한 ‘보편적 미’의 견지에서 ‘냄새가 날 것 같은 겨드랑이 털’이 없기를 바라는 인간들의 합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요구였던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21세기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여성의 적나라한 젖꼭지에 비해서 여성 체모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영화 <색,계>에서 탕웨이의 겨털 논란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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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자 앨리스 맥도날드(Alice Macdonald)는 "예술적 검열 때문인지, 아니면 탈모라는 사회적 관습의 반영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세기에 걸쳐, 맨들맨들한 대리석 같은 여체를 여성적 아름다움으로 여기는 문화적 상상력이 고착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반면 같은 시대의 남성 누드 조각상이나 그림에는 털이 없는 가슴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들과는 달리 스포츠 스타일의 음부 체모가 표현되었다. 역사학자 산드라 카발로(Sandra Cavallo)에 따르면 "미용 관리에 대한 각종 기법들이 16세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신체 각 부위의 털을 제모하는 다양한 방식이 생겨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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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셸 푸코는 자신의 저서 『감시와 처벌』(1975)에서 18세기 후반부터 "몸에 대한 유례없는 규율의 발생"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화장품, 다이어트, 제모 등은 오늘날에도 여성의 생활을 지속적으로 규제하는 ‘사회적 관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줄리아 워코프는 19세기 후반 무렵 처음으로 여성의 체모가 누드화에 포함되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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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 여성의 체모는 거친 성욕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더욱 금기시되었다. 아이러니컬한 반전으로 예술가들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강조하기 위해 여성의 음부 및 겨드랑이 털을 작품에 포함시키기 시작했다. 겨드랑이 털은 공공장소에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특히 예술에서는 에로틱했다.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L'Origine du Montde)>(1866)는 신체 체모에 대한 궁극의 선언문에 해당하지만, 궁극적인 친신 헤어 표현이지만, <파도 속의 여인>(1863년)을 통해 낯선 체모에 대한 덜 공격적이면서 더 감각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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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코프는 이어서 1915년 하퍼스 바자 5월호에 처음 등장한 겨드랑이 털 제모 광고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하퍼스 바자 5월호의 제모 광고는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그녀의 손을 들어 올리며 말한다. ‘이것 좀 봐봐, 겨드랑이 털 없단다!’

21세기 오늘날 더 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왁스, 실, 면도 또는 레이저 시술로 제모를 한다. 여성들 스스로가 어떤 방식으로 체모를 관리하던지 간에 분명한 것은 체모가 우리 신체의 일부라는 것을 불편해 한다는 사실이다. 만약 예술가들이 여성의 체모를 포함한 여성 신체의 진실에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좀 더 솔직하게 다루었다면 우리 사회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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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논란일 수 밖에 없는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북한 겨드랑이 털을 과시하는 민소매 여성의 태도가 자신감인지, 솔직함인지, 무례함인지 각자의 대답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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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미술사학자 질 버크(Jill Burke)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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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들의 미용 관습에 대한 연구는 여러 의미에서 불평등적 시스템에 대한 연구이다. 여성의 신체는 어떻게든 변형되지 않고서는 완전함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

(좌) Gustave Courbet(1819–1877), "The Woman in the Waves" (1863) /(우) Harper’s Bazaar 1915년 5월호 제모 광고




* 본 글은 줄리아 워코프(Julia Wolkoff) “The Taboo History of Women’s Body Hair in Art” (Artsy, 2019, 5 17)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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