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솔이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과속방지턱에 발을 헛디딘 샘솔은 그만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본능적으로 손을 짚은 탓에 손바닥이 얼얼했고 오랜만에 입은 치마가 찢어졌다.
스타킹 사이로 붉은 피가 스며들었다. 커피를 사 오기로 했던 은도가 저 멀리서 샘솔을 보고 한 달음에 달려왔다.
손에 든 커피를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당황해 얼굴이 벌게진 얼굴로 말했다.
"샘솔아 너 괜찮아?"
샘솔은 아픈 손을 툭툭 털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도가 샘솔을 팔을 잡고 일으켰다. 다행히 뼈가 다친 것은 아니어 다행이었다.
"괜찮아. 조금 쓰라린 것 빼곤."
"어디 봐."
은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샘솔을 훑어 내려갔다. 얼굴은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치마와 무릎에 피가 흘러내렸다.
안 되겠다 싶어 주머니에 있던 손건을 꺼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샘솔의 상처에 칭칭 감았다.
"편의점 가서 밴드 붙이면 돼."
"가만히 있어."
은도는 손수건을 꽉 묶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고 있던 리넨 재킷을 벗고 툭툭 털어 샘솔의 허리를 감싸 주었다.
그리고 샘솔의 앞에 서 커다란 등짝을 내밀었다.
"자."
"너 무릎으로 걸을 수 있겠어?"
"야, 나 그 정도 아니거든."
"버티지 말고, 얼른."
"차은도 후회하지 마라."
"이래 봬도 경찰대학 수석이거든."
샘솔은 은도의 넓은 등을 한 동안 바라보았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어릴 적 나한테 맞던 놈이었는데.'
새삼 그의 어깨가 아픔을 품어주는 지중해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바라를 외면했지만, 다시 받아줄 수 있냐고, 너른 바다에 기대어 조금이라도 쉴 수 있다면, 염치 불고하고 뛰어들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