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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Dec 03. 2017

야경엔 미래구상

#진짜 루프탑 바 #호찌민 야경 #미래구상     


어제는 자체 루프탑 바였다면, 오늘은 호찌민에서 힙한 루프탑 바를 꼭 가기로 했다. 여행 오기 전 검색 결과 Chill Skybar(이하 칠바)가 유명하다고 한다. bar에서 얼마가 나올지 모르니 좀 아끼자 생각하고 길거리 리어카에서 두 개에 30,000동(1,500원)하는 반미를 사 공원에 앉았다.


저녁은 길거리 반미와 타이거 맥주


여행 오기 전 대히트한 ‘윤식당’의 불고기 버거가 반미를 변형시킨 메뉴라고 하던데 진짜 로컬 반미 맛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전체적인 맛보다 빵이 너무 맛있다. 딱딱하고 거친 바게트가 아니라 쌀 바게트라 부드럽고 ,적당한 바삭함이다. 한국엔 왜 이런 바게트가 없는 것일까?  


길거리 조명이 좀 많이 화려하다.
호찌민 랜드마크인 비덱스코 파이낸셜 센터


공원에 앉 반미를 먹으며 여행 선배들의 칠바 후기를 쭉 읽어나가는데 미처 알지 못한 진입장벽이 있었다. 칠바는 드레스코드가 있어서 플립플랍 신으면 안 돼, 여행 선배들도 블랙 원피스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갔단다. 그에 비해 우리는 낮 동안 7군의 16로를 가로지르느라 ‘땀에 찌든 관광객’ 몰골이었다. 셀프 검열을 하니 호찌민까지 와서 클럽 입장 금지당하겠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폭풍 검색을 하던 신유가 신발 때문에 칠바에 못 들어간 사람이 근처에 있는 Air360 Sky Lounge(이하 360라운지)는 드레스코드가 없어 무사통과했고, 칠바가 젊은이들 위주인데 반해 여기는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얘길 해줬다. 그래서 우린 마음 편하게 360 라운지로 했다. 두 바는 지근거리에 위치해서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며, 신유의 검색대로 우리는 무사통과했다.      


2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보이는 뷰(view)는 우리가 칠바에서 기대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호찌민 랜드마크인 비덱스코 파이낸셜 타워가 보이고 그 아래 크고 작은 건물들이 모여 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우린 와인 한잔을 오래오래 음미하고, 셀카와 경치 사진을 마구 찍어대며 호찌민 야경을 즐겼다.


오른쪽이 비덱스코 파이낸션 빌딩이다.


가까이 벤탄시장과 그 앞 로터리에서 지하철 공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다. 지하철 공사 이후 더 발전할 호찌민을 생각하며 우리의 미래도 고민해본다.


: 우리가 같이 여행한 건 처음인데 잘 맞는 것 같아. 일단 같은 전공이니까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관심 갖는 것도 비슷하고. 우리 이 경험을 잘 살려보면 어때? 내가 여행 준비하면서 보니까 여행책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공간 지리적 관점에서 쓰인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다 가볼만한 관광지, 맛집 등 단편적인 공간들만 소개하는 수준인 것이 대부분이더라. 우리의 시선으로 호찌민을 새로 써보는 거야.(지금은 원래 방향에서 다르게 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나 이제 돌아가면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고, 거기서는 일자리를 구할 가능성이 더 낮으니까 경력단절 기간이 더 길어질 거야. 임신을 생각하면 억지로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지도 않고. 대학원 들어가서 박사과정 공부하면서 임신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그나마 최선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는데 공부가 나랑 맞는 것 같지 않고, 또 이미 많이 공부했는데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그런데 우리 이미 많이 공부했으니까 이 지식을 잘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찾으면 좋을 것 같아. 그 길 중 하나가 바로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본 여행기’가 아닐까 생각해.      


신유 : 나는 여행 끝나고 돌아가면 유학 준비를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마흔 전에 학위 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떨어졌고, 올해 말에 지원해서 합격하면 내년 여름에 학기 시작인데. 요새 ‘낼없사(내일이 없는 사람)' 버전으로 엄청 놀아. 선택을 회피하고 싶어서. 자신감도 엄청 떨어졌고. 그 뒤에 줄줄이 사탕처럼 따라오는 ‘결혼은?, 돈은 좀 모아놨냐, 연구원이니까 돈은 잘 벌겠네. 갔다 와서 뭐 할 거냐?’ 사람들이 참 오지랖 넓어.

    사실 좀 한국에서 벗어나고 싶었어. 지금이야 연구원에서 일하지만 언제까지 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진열장 뒤쪽에서 점점 아래 칸으로 밀려나는 걸 계속 확인당하고 싶지 않더라고. 전공 관련해서 계속 관심도 있은데 말이야.     


 

쑥 : 내가 생각하기엔 유학은 또다시 불확실성으로 들어가는 거잖아. 작년에 충분히 해봤고. 만약 유학 가서 박사학위 따고 왔다고 쳐, 교수가 되거나 취업을 한다고 해도 다시 누군가에게 종속되어서 사는 거잖아. 미련을 버리고 우리 새로운 길을 한번 걸어보자, 4차 산업 시대에 또 뻔한 길을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우리가 주체적으로 우리 삶을 개척해 나가는 거야. 우리가 여행 오기 전에 본 자료들이랑 우리가 한 대화들을 잘 엮어보면 우리만의 전문성이 쌓일 것 같지 않아?      



신유 : 일단 크게 기대하지는 말고, 하나 써보기는 하자. 나도 이번 경험을 한 번 정리해두는 건 좋을 것 같아. 어떠한 형태든 결과물을 내면 ‘아직 우리도 뭔가 할 수 있다’는 마음 정도는 생길 거야. 올해 목표를 그걸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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